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미국에 유학 가 있는 제 후배가 큰 상을 하나 받았더군요.
그해에 나온 그 분야 박사학위 논문 중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서,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그 분야에서 최우수 박사학위 논문상을 받았습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어찌나
기쁘던지, 바로 미국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근데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안 받는 겁니다.
어?, 왜 전화를 안 받지?
한참을 고민하고서야, 미국과 우리나라가 시간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오후에 전화를 했으니까 제 후배 전화는
새벽에 울렸겠죠. ^^*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15시간이 느린데...그걸 깜빡하고는...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15시간 느린 거 맞죠? ^^*
아니요.
15시간 느린 게 아니라 늦은 겁니다.
'느리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나
"움직임이 빠르지 못하고 더디다"는
뜻으로,
속도(速度)와 관계가 있습니다.
행동이 느리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모두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처름 씁니다.
품사는
형용사죠.
'늦다'는,
"정해진 때보다 지나다"는 뜻으로,
그는 약속 시간에 항상 늦는다, 버스 시간에 늦어 고향에 가지 못했다처럼
씁니다.
시기(時期)와 관계가 있습니다.
품사는 동사입니다.
지구 자전에 따라 우리나라에 먼저 해가 뜨고,
그보다 15시간 뒤에 미국에 해가 뜨므로,
미국 시간대가 우리나라
시간대보다,
15시간 늦은 겁니다.
'느리다'는 형용사이므로,
'15시간 느리다'고 하면 말이 안 됩니다.
멀리 미국까지 유학 가서,
큰 상을 받은 자랑스런 제 후배를 거듭 축하합니다.
우리말123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오늘 우리말편지 주제와 비슷한 내용으로 골랐습니다. ^^*
[이르다/빠르다]
날씨가 참 좋네요.
저는 오늘 논에 이삭거름 주러 갑니다.
패암이 잘 되길 빌어주세요. ^^*
오늘은,
어제 제가 친구와 통화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친구 : 오랜만이네, 부탁이 있어서... 모 잡지사에 낼 원고인데 좀 봐주게...
저 : 그럴게. 지금 전자우편으로 보내다오.
친구 : 이미 보냈어. 좀 바쁜데, 언제까지 봐 줄 수 있어?
저 : 요즘 나도 좀 바빠서... 빨라야 다음주 초쯤 될 것 같은데...
친구 :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해. 고마워...
저는 이 짧은 통화를 하면서 제 입을 몇 번 때렸습니다.
‘빨라야’가 아니라 ‘일러야’인데...
오늘은 ‘빠르다’와 ‘이르다’의 차이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빠르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라는 뜻으로
속도(速度)와 관계가 있습니다.
‘두뇌 회전이 빠르다, 약효가 빠르다, 걸음이 빠르다, 말이 빠르다, 발놀림이 빠르다’처럼 씁니다.
‘이르다’는
“계획한 때보다 앞서 있다”는 뜻으로
시기(時期)와 관계가 있습니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올해는 첫눈이 이른 감이 있다,
그는 여느 때보다 이르게 학교에 도착했다.
공연이 시작되기에는 시간이 일러서인지 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처럼 씁니다.
제가 어제 전화하면서 제 입을 때린 이유는,
“요즘 나도 좀 바빠서... 일러야 다음주 초쯤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요즘 나도 좀 바빠서... 빨라야 다음주 초쯤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으니...
이미 제 입을 떠난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고,
그저 제 입을 때리는 수밖에...^^*
뉴스를 듣다 보면, 가끔,
경제회복 빨리야 내년 초...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것도,
경제회복 일러야 내년 초라고 해야 옳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참 맑고 화창하네요.
그래도 반소매만 입기는 좀 이르죠? ^^*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
보태기)
패암 : 곡식의 이삭이 패어 나오는 일. 또는 그 이삭. 보리의 패암이 잘되었다. 벼의 패암이 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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