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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령화사회의 씁쓸한 풍경

by joolychoi 2006. 12. 8.
# 초라한 노인들의 집합소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사회에서 소외받은 노인들의 집합소이다. 노인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없어 이곳을 찾아 왔다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곳에 가서 한눈에 보며 느끼는건, 노인들에 대한 정부의 노인복지정책 부재를 새삼 실감한다.

 

사회적인 구조가 이미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는데도 이 노인들을 위한 복지지원이 따라오고 있지 못하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 역시 노인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거 같다. 지난 몇일간 이 두공원에 모인 노인들을 중심으로 이곳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한번 알아 봤다.

 

 

▲ 탑골공원안. 노인들과 어르신들이 돌바닥과 돌층계에 노인들이 웅크린채 앉아 있다. ⓒ몽구

 

탑골공원에 들어서자 많은 노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공원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앉아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여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던 지난 세월을 회상하고 있는 것일까? 노인들은 하나같이 먼 허공만 바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돌바닥과 계단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있는 노인,유일한 친구인걸까!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어르신,외로움을 달래고자 앞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객기를 부려 보는 노인,하지만 다들 관심없는 표정으로 다른곳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렇게 많은 노인들이 찾는 곳이지만 공원 구석구석을 둘러보아도 이분들을 위한 휴식공간이나 배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물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공원에 있던 나무벤치도 2003년부터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 탑골공원 안에 있는 팔각정. 노인들이 앉아 있다. ⓒ 몽구

 

15년째 이곳을 찾는다는 한 할아버지에게서 난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이곳에서도 노인들간에 '왕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에서 이미 '왕따'당하신 분들이 자식들의 눈치가 보기 싫어,경로당에 가면 쓸모없는 사람으로 인식되는게 싫어,비슷한 연배의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서 이곳에 나왔을텐데 어떻게 노인들 사이에서도 '왕따'가 존재하는 것일까?

 

할아버지는 노인들 사이에서 돈이 없거나 옷차림이 허름해 보이면 '왕따'를 당하기 일쑤이고 친구들을 사귀기 조차 힘들다고 하셨다. 종묘공원에 가보면 노인들과 어른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있는데 근처만 가도 주위에서 나가라고 고함 자르고 심할때면 주먹질까지 오고 간다는게 할아버지의 말이다.

 

또한, 점심때 나눠주는 무료급식이나 주말에 자원봉사단체에서 나와서 주는 것들은 쉽게 먹을수도 없다고 한다.

 

 

▲ 종묘공원.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바둑과 장기를 두고 있다. ⓒ 몽구

 

할아버지의 말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어렵게 설득해 '왕따'를 당하고 있는 한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1년전에 어떤 아저씨들에게 심하게 얼굴을 맞은 이 할아버지의 사연은 이렇다. 종묘공원에 자주 나타나는 아저씨들이 있는데 이곳을 찾는 노인들을 불러 모은 다음 사기도박판을 벌여 노인들이 가지고 있는 쌈짓돈을 다 쓸어 간다는 것이다.

 

동전 던지기로 하는 도박인데 우연히 지나가다 사기치고 있다는걸 알아채고 그걸 알려주려 하자 함게온 두명의 아저씨들이 종묘근처로 끌고 가더니 마구 때렸다는 것이다. 그 뒤로 그곳에 나타나면 그 아저씨들이 주위에서 구경하는 분들이나 동전던지기 하는 노인들에게 저 사람은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가까이 하지 말라는 말이 종묘공원을 찾는 노인들에게 퍼지면서 이런 신세가 됐다고 하셨다.

 

마침, 그날도 그 현장을 직접 볼수가 있었는데 몇명의 건장한 아저씨들과 노인들이 한패가 되어 구경하다가 동전 던지기에 참여해 돈을 잃고 허탈해 하시는 한 어르신을 볼수가 있었다. 7만원을 잃고는 조금만 기다리라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왕따를 당하신 다른 분들의 사연도 더 알아보고자 인터뷰를 시도 했지만,경계의 벽을 마음 속 깊이 쌓아 두었는지 쉽게 접근하기 조차 힘들었고,다가가도 닫혀버린 말문을 쉽게 열지 않았다.다른 할아버지는 아예 가까이 오지도 말라 했다. 

 

 

▲ 종묘공원 안에서 아저씨들과 노인들이 한패가 되어 동전던지기 게임을 하고 있다. ⓒ 몽구

 

이처럼 노인들사이에서도 '왕따'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곳을 찾는 노인들이 맘껏 쉴수 있는 곳이나 문화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근처에 마땅한 휴식공간이라곤 '성인 콜라텍'이 전부이다. 그나마 이곳도 돈이 좀 있다는 분들만 찾는다고 한다. 

 

요즘엔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의 뒷골목 사이로 기존에 있던 성인 오락실에 성인PC방까지 하나둘씩 생겨 나면서 이곳을 찾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 성인 PC방에 들어가 종업원에게 이곳을 찾는 노인들이 하루 몇분정도 되시냐고 물어 봤더니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고 많은분들이 찾는다고만 짧게 대답해 주었다.PC방 내부를 살펴보니 비디오방인지 PC방인지 구분이 안될정도로 PC방 내부는 룸으로 되어 있었다. 

 

성인 오락실 안에도 노인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걸 볼수가 있었다. 퇴폐적인 공간으로 인식돼 있는 이곳에서 노인들은 쓸쓸한 노년의 삶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디어에서는 노인들의 복지정책의 부재를 많이 꼬집어 왔지만 당국은 마지못해 하는 숙제인것처럼 피부에 와 닿지도 않는 정책만을 내 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인구가 상당히 많아 졌지만, 청년층 실업문제등의 가려지고 사회적인 골칫덩어리로 여겨지고 있는게 고령화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현실이다.

 

노인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이 두공원에서 조차 이분들을 위해 편히 쉴수 있는 공간이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조차 없는데 앞으로의 복지정책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곳에 노인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생긴다면 '왕따'가 사라지고 퇴폐적인 곳에서의 출입도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노인들에게 무관심했던 각 정당의 후보들이 이곳을 찾아 선거유세를 펼치며 복지정책에 대해 많은 언급하겠지만 노인들은 한두번 속은것이 아니라는걸 알아두었으면 한다.

 

 

과연 이분들에게 무엇이 먼저일까? 시대를 잘못 만나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고 젊음을, 전쟁과 폐허가 된 나라를 세계 경제대국에 들어갈 정도로 만들어 주신 할아버지들을 인생의 황혼에서나마 소외로부터 외롭지 않도록 당국은 말로만 노인복지를 내 세우지 않았으면 한다.

출처 : 미디어몽구
글쓴이 : 몽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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