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의 향기는 매우 독특하여 아주 진하면서도 연하며 단맛이 도는 듯하면서
도 쓴맛이 돌며 심지어는 은단과도 비슷한 오묘한 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향기는 삼을 복용한 이후에도 입안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데, 복
용 후 다른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한 적어도 5~6시간 이상은 입안에 향이
그대로 남아 있어 갈증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산삼의 감정에
있어 그 진부를 단번에 알아 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
늘끝만큼이라도 삼 뿌리를 직접 씹어보다 그 맛으로 알아보는 것인데,
그
맛의 여부가 바로 향기에 달려있다.
아무리 작은 뿌리를 씹더라도 산삼의 향은 은근하면서도 강하고 향기로운
뒷맛이 오랫동안 남아있어 숨을 쉴 때마다 그 향의 황홀함에 저절로 취할
정도라는 것이 생삼을 씹어본 사람들의
경험담이다.
그러나 그같은 향기에도 삼의 유형에 따라서 약간씩은 차이가 있다. 삼의
효능면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향기에 있어서도 산삼의 향이 재배된 인삼의
향보다 훨씬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극히 미세한 차이이지만 한국의
재배인삼 향기는 산삼보다 약간 더 쓴 맛이 돌며 별로 산뜻하지 못하고 어
딘지 모르게 텁텁한 내음이 돈다.
이 세상 대부분의 약초들은 야생의 것이 재배된 것 보다 그 약효나 향기가
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감미로운
향기가 거의 없이 그저 밋밋하
기만 한 미국 야생 삼의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는데, 아무튼 국내산 재배
인삼은
산삼에 버금가는 향기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삼을 먹은 사람이라면 며칠 동안은 인삼 특유의 향기를 뿜어내기 때문에
행여 동네에서 인삼을 도둑 맞더라도 수일 내에 도둑을 쉽게 잡아낼 수 있
다는 웃지 못할 인삼 도적 이야기도 인삼
향기의 독특함을 시사해주는 한
단면이다.
재배삼이 이럴진대 품질이 월등한 진삼의 경우에는 말할 나위도 없다. 아무
리 실처럼 가늘고 작은 뿌리를 씹더라도 독특한 향기로 입안에 가득 차는
미감은 산삼고유의 효능과 함께 더할 수 없이
기막힌 상쾌함을 가져다 준
다.
예로부터 사람들이 고려산삼을 가리켜 '방초'라고 불러 왔던 것도 바로 이
와 같은 특유의 향기에 연유한다.
향의 주성분
러시아의 약리학자
라친스키(Latchinski)는 지난 1866년 자신의 연구를 통
하여 인삼뿌리의 약0.65%정도에 인삼 특유의 향기성분이
매표되어 있으며,
그것은 물 보다 가벼운 0.925의 비중에다 그 비점은 섭씨 105~110℃이며 색
깔은
무색이라고 했다.
이후 1915년에는 일본의 곤도 박사가 고려인삼의 향기성분을 발견했고, 이
어 일본에서는 인삼의
분획물 중 엷은 층을 이루고 있는 황색 물질의 향기
성분을 밝혀내고 이를 파나센이라고 명명했다.
또한 인삼 특유의
향기성분은 주로 섭씨60~110℃의 낮은 비점에서 증발된
다는 사실과, 인삼의 향이 반드시 파나센에 의해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테루페노이드 계통의 여러 가지 성분들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발표했다.
결국 현대에 이르러서는
약간 끈끈한 황색 액체인 정유성분 파나센, 즉 세
스퀴테르빈의 냄새가 인삼의 향기라는 것이 밝혀졌으며, 인삼 특유의 향기
성분인 정유는 여러 가지 화합물의 복합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사실이 우
리나라의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도 규명된 바가
있다.
이미 오래전의 일이지만 당시 서울 대학교 이태녕 박사도 그의 연구보고서
'인삼의 정유성분, 색소 및
향기성분에 관한 연구'를 통하여 인삼 사포닌이
나 진세노사이드의종류 또는 그 구조의 차이에 따라서 각기 향이나 효능에
차이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써 황금색을 띠고 있는 황삼이 그 향이나 효능 면에서 월등하다는 고래
부터의 기준이 이제는 과학적인 근거를 갖게 된 셈이다. '본초강목'에 이르
기를 인삼을 먹으면 무하유지향이라고
했는대, 이는 곧 인삼을 씹어 먹으면
그 향으로 사람의 마음이 왼지 알 수 없이 황홀해진다는 말이다. 그렇게 수
천
년 동안 지속되어온 그 신비한 향의 비밀이 현대과학의 힘에 의해 벗겨
지고 있음은 어찌 보면 문명의 이기에 앞서 심정적으로 아쉬운
것이 사실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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