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레지 / 김종제 ♥
당신, 심산유곡의 몸에서
수줍은 꽃 피었네
산그늘 아래 칠년을 기다렸으니
보라색 문을 열어젖히고
캄캄한 계곡을 보여주었네
어둠 속 저 동굴로
성큼 한 발 내디디면
깊은 못 속으로 빠져드는 일이네
씨앗을 내리는 일이네
열매를 맺고 죽는 일이네
얼레지, 마주 보는 일 없으면
얼레지, 슬픈 사연 없겠지
얼레지, 질투 같은 일도 없겠지
봄 없으면 저 꽃 볼 일 없으련만
오늘도 깊은 산에 올라
당신 만나는 꿈만 꾸고 있네
전령처럼 다가와서
사약 내리고 달아났으니
얼레지,
환장할 봄이 지폈네
얼레지,
빛의 감옥에 갇혔네
얼레지,
살 속에
젖가슴 같은 문신 새겼네
봄 오지 아니하더라도
나, 얼레지 같은 당신에게
몸 쑤욱 들이밀고 싶은데
겨우 다다른 입구에
입산금지라는 글만 걸려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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