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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농암(籠巖)최낙인 시인방(1.2 시집)

남 강(南江)/詩 籠巖 최 낙 인

by joolychoi 2020. 12. 14.






  

  남 강(南江)/詩 籠巖 최 낙 인
 
  

그 옛날 그대로

남강은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까까머리 소년이 하얀 백발을 이고

찾아든 마음의 고향 진주라 천리 길

 

난 칠암동 대숲 길 벤치에 앉아

여친이 보내준 “가을을 남기간 사랑”을

들으며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았다

 

강 건너 뒤벼리엔 이미 노을이 내리고 있는데

난 시공을 뛰어넘어 10대로 달려가고 있었고

스쳐간 인연들은 영근 사랑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촉석루 잿더미에서 지켜본 처참한 전쟁의 비극

서장대 차가운 돌팍에 앉아 개와 함께한 노천수업

안성 자치방에 전해온 석이네 엄마의 그 맛 김치

평거들과 비봉산을 헤매며 바라보던 그 파란 하늘

부정비리 판치던 선거판에 나섰던 만용의 계몽운동

징검다리 건너 도동 백사장으로 이어지던 풋내기 사랑

 

그랬다

발길은 피멍이어도 가슴은 뜨거웠다

그것은 고통이 아니라 젊은 날의 성장통이었다

그 가슴앓이 빈 가슴 되어 물모라로 지고 있었다

 

인생은 흘러간 세월이 아니라 반추하는 생명이라

그러기에 남강은 너와 내가 만나는 구원의 본향

나는 유랑길 떠돌다 모천에 돌아온 한 마리 연어였다.

 

--최낙인 제2시집

<"하늘꽃"제3부 探香의 旅路>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