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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유한아 시조집 방(제1.2집)

보 통 벌/글 심철 전 호 갑

by joolychoi 2020. 10. 8.



 

 

보 통 벌/글 심철 전 호 갑

 

풍아

가을이 왔다

보통 벌에 무르익은 가을이 왔다

만경창파 벼 이삭이 물결을 치고

보통강(普通江)에 흰 모래 드러난다

 

버드나무 가지에 바람이 노래하는 시절

산에 올라 고함치고 싶은 때

들로 나가 끝없이 다름 질치고 싶은 가을이다

 

짐 싫은 도라꾸가 버드나무 길에 연기 피우고

늦게 돌아가는 장꾼의 그림자가

산허리에 긴 꼬리를 끄을 때면

우리는 마당에 멍석 펴 놓고

별 하나 별둘 - 나둘

밤새여 혀는 시절이 아니냐

 

칠성문(七星門) 지붕에 북두칠성(北斗七星) 깜박이고

은하수(銀河水 이마에 다을 때면

샛 쌀을 먹는다드니

우리의 노란 얼굴이 피어보지도 못한 채

이 가을도 가고 말겠고나

 

풍(風)아

보통 벌에도 가을이 왔다

기계창 넘어가는 물에 물고기 펄덕이고

 

참새 떼 허새비 이마에 앉는 시절

워이 워-이 참새 떼를 쫓는

늙은 어머니의 목소리 구슬픈 가을이다

 

가을은 수확(收穫)의 때 들에 밭에 곡간에

곡식이 무르익는 시절

그러나 우리 네게는 초가지붕에 말라붙은 박 두통이 남았구나

 

풍(風)아

보통 벌로 나와

가을의 구슬픈 노래를 들어라

떠나는 사내들의 꿈을 실고

기차(汽車)는 북(北)으로 북(北)으로 달린다

 

깜박이는 등잔불 밑에 늙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울려 놓은 밤

그러나 풍(風)아 너는 울어 서는 안 된다

조밥알이 뭇은 입을 씻고

보통 벌을 내다보아라

동무들과 어깨를 끼고 가을의 노래를 불러라

가을의 보통 벌을 다름 질 처라.

<午前時>(日篇)

 

--心哲 全鎬甲 유고 시집

<옛 詩人의 발지취>에서--


* 보통 벌 : 평양시 보통강을 따라 펼처진 벌판

* 도라꾸 : 트럭 < 차>

* 칠성문: <고적> 평양시 모란봉에 있는,고구려 평양성의 내성

북문. 6세기 중엽에 창건 되었다.

* 기계창 : 기계를 고치는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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