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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마음의 시(詩)

푸른 초원 / 노 천 명

by joolychoi 2020. 5. 28.

 

푸른 오월

                        - 노천명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당 창포잎에 -

여인네 행주치마에 -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같이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구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밀려드는 것을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진 길을 걸으면

생각은 무지개로 핀다

 

풀 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멘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홋잎나물 젓갈나무 참나물 고사리를 찾던 -

잃어버린날이 그립구나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아니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외치며

종다리 모양 내 맘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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