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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마음의 시(詩)

백치 애인 / 신달자 (영상시 첨부)

by joolychoi 2019. 3. 21.



 






 백치 애인 / 신달자
 

나에겐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의 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를,

그리워하는지를 그는 모른다.

 

별 볼 일 없이 우연히,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나게 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 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골 찻집에서 찻집 문이 열릴 때마다

불길같은 애수의 눈을 쏟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길거리에서 백화점에서 또는 버스 속에서 시장에서,

행여 어떤 곳에도 네가 나타날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긴장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이 안타까움을 그는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이며,

내게 한 마디 말도 해오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이다.

 

바보 애인아,

너는 날 떠난 그 어디서나 총명하고 과감하면서,

내게 와서 너는 백치가 되고 바보가 되는가.

그러나 나는 백치인 너를 사랑하며 바보인 너를 좋아한다.

 

우리가 불로 만나 타오를 수 없고

물로 만나 합쳐 흐를 수 없을 때

너는 차라리 백치임이 다행이었을것이다.

너는 그것을 알것이다.

 

바보 애인아,너는 그 허허로운 결과를 안고

먼저 네 마음을 돌처럼 굳혔는가.

그 돌같은 침묵속으로 네 감정을 가두어 두면서

스스로 백치가 되어서 사랑을 영원하게 하는가

 

바보 애인아,

세상은 날로 적막하여 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큰 과업처럼 야단스럽고 또한 그처럼도 못하는 자는

절로 바보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래,바보가 되자.

바보인 너를 사랑하고 백치인 네 영혼에 나를 묻으리라.

바보 애인아.

거듭 부르는 나의 백치 애인아,

잠에 빠지고 그 마지막 순간에 너를 부르며

잠에서 깬 그 첫 여명의 밝음을 비벼집고

너의 환상을 좇는 것을 너는 모른다.

 

너는 너무 모른다.

정말이지 너는 바보,백치인가.그래 백치이다.

우리는 바보가되자.

이 세상에 아주 제일 가는 바보가 되어서

모르는 척 살아가는 거다.

 

바보 애인아.

아무 상관없는그런 관계에선

우리에게 결코 이별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나의 애인이다.

백치 애인이다.

 

아,영원한 나의 애인.


 


Winds Of Spring - Beautiful Chinese Instrumental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