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와플클럽(wapleclub)

[만물상] 경조사비-사내칼럼/view

by joolychoi 2013. 3. 24.

 

 

 

 


 
  [만물상] 경조사비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입력 : 2013.03.19 22:35

 

청첩이나 부음을 들을 때마다 봉투에 얼마를 넣어야 할지

잠시 머리를 굴린다.아무래도 친분부터 따지게 되고 그러자면

제 낯이 뜨겁다. 인간관계를 잣대로 재듯 금액으로 환산한다는

게 얼마나 얄팍한 짓인가. 체면이 뭐길래 남 하는 만큼은

해야 하지 않겠나 싶기도 하다. 예전 우리 집 경조사 때

이 사람이 얼마 부조했는지도 돌이켜본다. 꼼꼼히 적어두지

않고는 잘 기억날 리 없다. 헷갈리다 못해 옆자리

동료의 봉투를 기웃거린다.

 

▶부조할 일 생기면 받은 부조부터 떠올리는 게 쫀쫀한 현대

월급쟁이만은 아니다.17세기 문신 장현광은 여헌집(旅軒集)에서

'자기가 부조받은 횟수만큼만 부조하는 이가 많다'며 각박한

세태에 혀를 찼다.원래 부조는 흉사(凶事)에만 장례용품으로

오갔다. 몸으로 돕는 품앗이도 많았다.

현금 부조는 18세기에야 등장했다. 부조가 결혼·

돌잔치 같은 경사로 번진 것도 20세기 중반부터라고 한다.

 

 

 

▶그나마 직장 다닐 땐 월급 쪼개 적금 붓는 심정으로

경조사비를 낸다지만 은퇴하면 얘기가 다르다. 국민연금공단이

작년에 국민연금을 월 100만원 넘게 받는 은퇴자들이 어디에

연금을 쓰는지 조사했다. 65%를 생활비에 지출하고 다음으로

16%를 경조사비에 썼다.의료비 8%,여가 비용 7%의 곱절이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한 달에 적어도 20만원 가까운

돈을 체면치레에 들이는 셈이다.

 

▶어느 전직 경제 부처 장관은 한 달에 300만원쯤을 경조사비로

쓴다고 했다. 정부와 기업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은 "골프는

끊어도 경조사비는 못 끊는다"고 말한다. 축하나 위로보다

남 눈길이 더 신경 쓰인다. 밀려드는 청첩장과 부고가 무서워

'부조금 도피 이민'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이민까지는 아니어도 해외에 나갔다가

오래 머물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고 한다.

 

▶물가상승률 두 배 가깝게 오르던 경조사비가 주춤하다는

소식이다. 통계청이 재작년 20만8709원이던 가구와 가구 사이

이전(移轉) 지출이 작년 20만7310원으로 10년 새 처음

감소했다고 밝혔다.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경조사비를

줄인 탓이라고 한다. 이전 지출은 경조사비와 세뱃돈 같은

교제비가 70%를 차지해 경조사비 씀씀이를 가늠하는 기준이다.

지갑 가벼우면 체면도 뒷전인 모양이다. 박완서는 "가난한

문인들에게 조위금을 받지 말라"고 유언했다. 유족은 모든

조문객의 봉투를 사양했다. 세상 모든 이가 그걸 따르긴

어렵지만 어떻게든 경조사비에 대한 관습과

생각을 손봐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출처: /waple club-view

blog.choseu.com/waple club

 와플(Waple)은 현명한 사람(Wise People)을 의미합니다

현명한사람(Wise People)회원님께 드리는'와플레터' 서비스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