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심장 박동은 멎었다. 하지만 그는 살아서 걷고 있다.
그의 가슴에 청진기를 갖다 댔다. 꿍꽝거리는 심박동이 들리지
않는다. 대신 '슥~' 하는 나직한 기계음이 들렸다. 인공심장 펌프가
돌아가는 소리다. 그 힘으로 꺼져가던 말기 심장병 환자인
그의 생명이 되살아난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심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이영탁 교수와 심장내과 전은석 교수 팀은
9일 "대동맥 판막 질환으로 말기 심부전증을 앓았던 환자 배정수
(75)씨에게 지난해 8월 인공심장을 이식했다"며
"환자는 이후 정상적인 회복 과정을 거쳐 수술 후 4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31일 걸어서 집으로 퇴원했다"고 밝혔다.
배씨가 이식받은 인공심장은 '하트메이트(heartmate·심장 단짝)'란
제품이다. 인공심장 전문 제조사인 미국 소라텍(thoratec)이
만들었다. 심장 박동 핵심 역할을 하는 좌심실의 피를 파이프로
뽑아내어 모터 펌프로 돌려 대동맥에 피를 다시 돌려 넣어
전신(全身)에 뿌려주는 장비다. 현재 펌프는 환자의 횡격막
아래 복부 상단에 심어져 있다.
지난 2010년 미국의 전(前) 부통령 딕 체니가 이식받아
화제가 된 바로 그 인공 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