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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편지 모음

바람에 띄우는 편지

by joolychoi 2012. 7. 30.

 

 

 

 
 
바람에 띄우는 편지
 
  
'내게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면 계절이 바뀌는 것이요.
희망이 있다면 봄을 다시 보는 것이다...
겨울이 되어 외투를 입는다는 것은 기쁜일이다.
봄이되어 외투를 벗는다는 것은 더 기쁜일이다...'
-피천득의 '조춘'에서-
  
' 계절의 향기' / 권재섭...
 
 
  

 

 

1월:해오름 달 - 새해 아침에 힘 있게 오르는 달

 

 

이내 겨울이 오고, 숲에는 빼곡히 눈이 내리는 순간

이미 대기의 먼지와 함께 엉클어져 추하게 변하는 도시의 눈과는 달리

숲에 내린 눈은 태초의 그 순결한 눈빛을 가진 채 차곡차곡 쌓인다.

그 눈은 마치 이불처럼 땅을 덮어 매서운 겨울바람의 건조와 추위를 막아낸다.

눈은 이듬해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는 씨앗에 혹은 새싹에 생명의 물이 될 것이며,

겨울 속에 정화되어 다시금 숲이 생명을 얻듯 우리도 새로이 거듭나 돌아오곤 한다.

 

겨울날  

  

2월:시샘 달 - 잎샘추위와 꽃샘추위가 있는 겨울의 끝 달

 

 

 

바람은 아직도 매섭지만

쏟아지는 햇빛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강물이 현란하다.

두껍게 얼어붙었던 얼음도 귀를 동그랗게 열어 놓고

봄소식을 기다린다.

 

버들강아지

 

졸졸거리는 강물소리가 음악같이 새롭다.

넓은 들녘에는 벌써 봄볕이 완연하고

한 켠에 고즈넉이 흐르는 강물이 반갑다.

 

  
  사랑 가득

3월: 물오름 달 - 뫼와 들에 물오르는 달

 

봄이 되면 언 땅이 녹고, 한결 부드러운 흙 사이로,

굳어 있던 나뭇가지에서 새순들이 삐죽삐죽 돋아난다.

숲은 약동하는 온갖 생명들의 기운으로 충만하다.

우리의 영혼들은 다시금 그 숲에서 살아 있다는 자체의 환희를 느끼고,

생명의 경이로움에 가슴 벅차다.

잿빛 속에 노랗게 꽃이 피는 산수유, 생강나무 꽃이

제일먼저 아~ 봄이 오는구나!.

추운 겨울 속에 따사로운 기운을 제일먼저 가져다주는

봄의 전령, 새싹이 움트기 전 꽃소식부터 전한다.

 
 

4월:잎 새 달 -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달

 

곧이어 진달래 피며 봄의 꽃들이 뒤이어

연녹색의 새싹과 꽃봉오리를 서로 누구에게 질 새라 다투어 피우기 시작한다.

생명의 경이로움과 자연의 부산하게 생명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 열기는 동토를 녹이고 대지를 하늘로 치올리며 티 없이 맑은 얼굴을 내민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밀어 내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험하는 계절이다.

지천으로 널린 쑥. 취나물. 고사리, 두룹 등

생명의 기운을 담뿍 먹음은 봄의 산나물을 값없이 먹을 수 있는 계절이다.


 

5월:푸른 달 - 마음이 푸른 모든 이의 달

 

온 산하가 연녹색의 도화지위에

온갖 현란하고 화려한 색깔과 맵시로 저마다 아름다움의 극치를 뽐낸다.

유혹의 계절 그래서 5월은 계절의 여왕이런가?.

기분 좋은 계절 5월은 꽃도 웃고 사람도 웃고 그래서 아름다운 계절 황홀한 계절이다.


 

 6월:누리달 - 온 누리에 생명의 소리가 가득 차 넘치는 달

 

밤꽃 향기가 농염하고, 솔향기가 진동하는 계절..

찔레꽃 아카시아 향기에 취하며 뽕나무에 오디 따먹는 재미가 쏠쏠한 계절이다.

개구리. 뻐꾸기 등 잡새들이 저마다 짝을 찾아 노래하며

사랑을 갈구하는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연주되는 계절이다.

유월의 숲은 밤꽃이 피었고, 잣나무가 열매를 맺었고,

숲 그늘엔 으아리와 인동이 꽃을 피웠다.

검붉게 익어 가는 버찌와 오디, 꾀꼬리와 흰배지빠귀의 지저귐.

앞.뒷산 어디쯤에서는 뱀딸기와 참나리 꽃을 피웠을 것이다.

 

물안개
 

간간이 빗방울이 뿌리더니 안개가 뿌옇게 끼었다

무논을 갈아엎고, 논에 물을 대고,

물댄 논에 산 그림자와 구름과 나무들이 길게 비추이고,

저녁나절이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왁자하던 때를 지나

어느덧 벼가 쑥쑥 자라 더는 산 그림자를 비추지 못하고

초록이 짙어가고 있다 짙은 초록 들판에서

간혹 왜가리나 백로가 푸드덕 날아오르기도 한다.

 

 


7월"견우직녀 달 - 견우직녀가 만나는 아름다운 달

 

어쩔 수 없는 것만 걸치고 옷으로부터 해방되는 계절.

그늘 바람과, 끓는 햇볕에 살짝 대친 물이 친근한 계절.

벌거벗은 하늘이 부끄러워 차마 눈을 못 뜨고

끝내 짙은 녹음 속으로 빨려 들어 한숨 돌리는 계절 여름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솔숲에 은은히 퍼지는 그 맑은 솔향만으로도 새로운 집중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숲을 타고 건너오는 초록빛 바람이 콧가를 간질이는 계절..

 


8월:타오름 달 - 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서는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

 

옥수수. 감자. 삼겹살. 양미리. 막걸리. 아침이슬 등

여름밤 먹거리들이 머리에 삼삼하고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들과 모닥불을 지피며 마주하고 싶은 계절.

펄펄 끓는 삼복더위가 연일 이어 질 때면, 더위를 피한다는 구실로

일상을 미련없이 벗어던지고 산으로, 숲으로.. 바다로, 강으로..

자연의 품속에 찾아 들어  휴식과 해방감을 즐기고 싶은 계절이다.

 

 

이제 산국 향기 풀풀한 가을이면,

숲은 그 숲을 구성하는 나무들이 저마다 가진 곱디고운 단풍빛깔들로 물들어 갈 것이다.

가장 화려한 빛깔로 치장한 단풍든 잎새들은 장렬한 낙화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들의 그 비장한 순간에, 우리는 감동하고 감탄하며

어느새 맑게 헹구어져 맑은 마음으로 다시금 회색의 도시생활을 견디어 간다.

 


 

9월:열매 달 - 가지마다 열매 맺는 달

 

밤알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 풀벌레 소리 천고마비 자연의 풍성함으로

모든 이의 마음이 여유로와 지는 계절.


 

10월:하늘연 달 - 밝달 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

 

숲이 붉게 타들어 가기 시작한다.

온갖 과실이 풍성한 계절. 땀의 결실을 노래하며 먹는 계절.

어디론가 연인과 여행을 떠나고 싶은 계절.

 고향을 찾고, 부랄 친구가 보고픈 계절,

 


 

11월:미틈 달 - 가을에서 겨울로 치닫는 달


낙엽송의 낙엽 지는  란한 나래 짓의 아름다움..

밤나무 밑에서 밤송이워 밤 알 구워 먹는 그리움.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의식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비우는 계절.

썰썰한 바람에 이리저리 낙엽 끌리는 소리가 서걱거리고

마음 둘 곳 찾지 못하고 서성이는 계절

 

갈대세상


낙엽이 쌓이고 쌓여 그 중에 더러는 한 흙으로 돌아간 깊은 숲길을 걷노라면

그 푹신한 발바닥의 촉감들은 잃었던 감각들을 세세히 되살려

영혼에 쌓인 짐들마저 스르르 내려놓게 만든다.

그래서 어린아이 발걸음처럼 우리를 가볍게 한다.

숲 사이로 스며드는 부드러운 햇살은 주름이 깊어가는 눈가에 머물며

어느새 사물을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모두 시원하게 바꾸어 준다.


 

 

12월; 매듭 달 - 마음을 가다듬는 한 해의 끄트머리 달

  

밤새 내린 눈이 잣나무 가지 치는 소리

강물도 얼음이불 덮고 잠든 고요 위에 청량한 칼바람이 다녀가는 소리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얼음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하얀 입김을 호호거리며 내뿜는 소리

 

동심

 

아주 머언 곳.. 

겨울강에서 들리이는 

늙은 아이 홀로 어름지치는 소리 ^^

  

강마실에서..

 

강마실소개.gif

 

 

 


 

 

강마실의 새벽풍경은 이렇다.

물길 따라 수면위로 피어오른 물안개가 회색바다를 이루고

초록 숲에서 청아하게 울려오는 새소리 시리도록 상큼한 새벽바람과

향긋한 풀내음 거미줄에 맺힌 투명한 이슬방울은 달콤하고 황홀하다.

 
눈을 감아도~
소리로..
냄새로..
가슴으로..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곳!    강마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