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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모음

"조선선비" 편지로 전환 별거 통보

by joolychoi 2011. 6. 24.

 

 

 

 
 
 "한데 살기 편치않으니 각각 사세" 조선 선비, 편지로 전한 별거 통보 "

 

대구박물관 '곽주부부…'전, 400년전 부부·가족 일상 담겨

 

"무슨 일로 집안이 조용한 때가 없는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네의 마른 성질에 어찌 견디는고.

자네가 '한데 살기 편치 아니하다'고 말하면

다음 달로 제각기 들어갈 집을 짓고 제각각 살기로 하세.

"400년 전 조선시대 부부들도 갈등 끝에 '별거'를 결정했다.

 

편지의 발신자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유명한

곽재우의 종질(從姪·사촌형제의 아들)인 곽주(郭澍·1569~1617).

첫째 부인과 사별 후 진주 하씨(晉州 河氏·1580~1652 이후 추정)와

재혼한 그는 부인 하씨가 전처 아들과 계속 갈등을 빚자

"따로 살자"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무덤에서 출토된 한글 편지들을 통해 17세기 조선시대

가족의 일상을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마련됐다. 국립대구박물관(관장 함순섭)이

21일부터 9월 18일까지 진주 하씨 무덤에서

출토된 편지와 복식을 공개하는

특별전 '400년 전 편지로 보는 일상-곽주 부부와 가족 이야기'다.


  ▲ 진주 하씨 무덤에서 출토된 한글 편지. 남편 곽주가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로, '죽엽주 만드는 법'이 적혀 있다. /국립대구박물관 제공
 

1989년 현풍곽씨 후손들이 12대 조모(祖母)인

진주 하씨의 무덤을 이장하던 중 하씨의 관 속에서

의복류 81점과 함께 한글 편지 172점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곽주가 부인 하씨에게 보낸 편지가 105점으로 가장 많았고

시집간 딸이 하씨에게 쓴 편지 42점,하씨가 곽주에게

쓴 편지 6점, 친정어머니가 보내온 편지 등이 있었다.

 

 

후손들은 중요민속자료 229호로 지정된 이 유물들을 2006년

국립대구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편지 100여점과

무명 솜장옷 등 복식 10여점을 선보인다.편지를 통해 부부의

일상생활과 내면까지 읽을 수 있어 흥미롭다.

 

 

곽주가 과거 시험을 보러 서울로 가던 중 보낸 편지들에는

아이들과 아내를 걱정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담겼다.

"아기들 데리고 어찌 계신가.기별을 몰라 걱정하네."

"정녜, 정녈이(두 딸) 절대로 밖에 나가 사내아이들하고

한데서 못 놀게 하소. 외딴 집에 낮이라도 절대로

혼자 계시지 말고 조심조심하여 계시오.

"부인 하씨가 겪었던 시댁과의 갈등, 어머니로서

느끼는 삶의 애환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곽주가 결혼 초기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에는

"자네 팔자가 남의 불평을 들으라고 타고났으니

삼년은 눈을 감고 귀를 재우고 견디소"라고 써있다.

 

하지만 하씨가 전처 아들과 계속 갈등을 빚자

"자네에게 많이 서럽게 아니하거든 삼년은 견디고… "라며

달래다가 급기야 아내 뜻을 받아들여 별거를 결정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둘은 떨어져 살면서도 편지로 왕래하며

많은 사연을 주고받았다.

 

출산을 앞둔 아내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산기가 시작하거든 즉시 사람을 보내소.

밤중에 와도 즉시 갈 것이니"라고 걱정하는가 하면,

딸아이를 할머니 댁에 데려갈 때 연초록 물든 저고리,

보라색으로 물들인 무명 바지를 해 입히라고 당부하는

세심한 모습도 보인다.민보라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조선시대 여성들은 엄격한 유교적 규범에

의해 자기감정을 내색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곽주의 편지에 비친 부인 하씨는 자기감정과 의견을

솔직히 표현하고 거처까지 옮긴 적극적인 여성이었다"고

해석했다.대기근과 전염병이 만연했던 당대 사회상도 읽을 수 있다.

 

곽주의 편지에서는 아이들의 병치레에 대해 걱정하는

내용이 자주 보인다."종기에는 소주가 가장 좋으니 꿀 위에

소주를 가득 넣어 보내소"라거나 석웅황,생강 등 음식을

이용한 다양한 치료법이 등장한다.

죽엽주·포도주 만드는 법,집에서 수확한 면화를 노비들에게

분배한 기록,시집간 딸이 "이젠 다시는 친정에 못 갈 것"이라며

눈물로 보낸 편지도 눈길을 끈다.

(053)768-6052)

 

 

출처:
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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