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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혜원(惠園)박영배 시인방(제2.3시집)

백화점에서 / 惠園 박영배

by joolychoi 2012. 5. 19.

 

 

 

백화점에서 / 惠園 박영배 계절과 유행을 앞서서 유포하는 자본주의의 기린아
윤기 흐르는 대리석, 옥으로 주석을 단 아방궁
현란한 조명 아래 마음까지 조율하는 음악이 흐르고
자꾸 발길을 붙들어 매는 휘황함 속으로
(외상이면 소도 잡는다는 카드를 북북 긁어)
누구나 진시황이 될 수 있는 곳
 
선남선녀들의 날개, 날개를
아이들 손에 이끌려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가야금 병창 같은 선율의 시간이 태어난다
 
코디가 되어 걸려있는 옷가지들 앞에서
불현듯이 어린 시절 한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송아지만 한 세퍼드가 컹컹 뛰어오르던 고래등 기와집
 
녀석은 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쌓이었다.
네게 털스웨터와 운동화 꿈을 꾸게 했던 그 녀석
ㅅ심 리틀 걷던 등굣길
주머니 속엔 늘 가난한 어머니가 함께 따라 걸었다.
 
아이들은 겁도 없이 자꾸만 진열대로 필히 꽃히지만
나는 한참이나 쭈뻣거리는 마음이 되어서
희여멀건 얼굴의 옛 친구 생각으로 심사가 젖어든다.
 
-박영배제3시집<그리움은 별빛이다">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