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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선생님'의 길, '敎員'의 길

by joolychoi 2012. 5. 15.

 

 

 

 

 

 

 

 

  태평로] '선생님'의 길, '敎員'의 길 
 

탁 트인 강당 앞 학생 30여명이 담배를 피우는데 아무도 제지 안해…

경제력 향상된 한국의 교사들,'스승'은 포기하고 '생활인'되려는가

 
김형기 논설위원

4월 21일자 조선일보 사회면에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 실려 있다.

지방의 어느 고등학교 강당 앞에 남녀 학생 30여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장면이다.사진 속 학생들은 교복과 체육복 차림으로 벤치에

걸터앉거나 삼삼오오 잡담을 나누며 여유롭게 담배연기를 뿜고 있다.

후미진 곳도 화장실 근처도 아닌 탁 트인 공간이다.바로 옆 야트막한

나무울타리 너머는 주택가다.주민과 지척에서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장소지만 학생들은 아무 거리낌이 없다.

 

본지 기자는 오후 2시쯤부터 15분가량

인근 아파트 옥상에서 이 광경을 촬영했다.

학생들이 느긋하게 흡연을 즐기고 교실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도

그들을 말리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이 학교에 교사 93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누구 한 사람 나와 보지 않았다.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집단 흡연을 한다는 사실보다 그 점이 더 충격적이었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이 학교에 '선생님'은 없었던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 교사는 특별한 존재였다. 단순히 근로의

대가로 보수를 받는 여러 직업의 하나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까지 바꿀 수 있는 선생님이고 스승이고 은사(恩師)였다.

교직이 박봉(薄俸)과 격무(激務)의 대명사였던 시절에도 많은 인재가

기꺼이 교사를 천직(天職)으로 택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1991년 제정된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에는 교사에 대한

우리 사회의 존경과 애정이 법조문 곳곳에 스며 있다.

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사가 사회의 존경 속에서 긍지를 갖고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배려와 협조를 다해야 한다"는 선언으로

시작해서 "(예산을 세울 때는) 교사의 보수를 특별히 우대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이어진다. "교사는 현행범이 아닌 한 학교장 동의 없이

학교 안에서 체포되지 않는다"는 '불체포 특권'도 들어 있다.

 

오늘날 교직 환경은 배고팠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졌다. OECD 보고서에

나타난한국의 15년 경력 중등교사 연봉은 5만2699달러(구매력 환산

·2009년)로 OECD 35개국 평균치 4만1701달러보다 1만1000달러

더 많다. 한국보다 연봉이 많은 나라는 세계 최고 부국(富國)인

룩셈부르크·독일·아일랜드·네덜란드·덴마크 5개국뿐이다.

각 나라의 1인당 평균소득 대비 교사 급여 수준은

한국이 1.95배로 세계 1위다. 62세 정년도 보장되고 퇴직 후엔

의(衣)·식(食) 걱정을 안 해도 될 정도의 연금이 평생 나온다.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한시름 덜게 된 선생님들이 신바람나게

교육에 전념해주기를 기대했다. 전보다 더 열성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빗나가는 아이가 있으면 제 자식처럼 바로잡아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신문 사회면에 실린 학생 집단 흡연 사진은 그런 소망을

무참히 무너뜨린다. 교직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가는데,

정작 '선생님'이 필요한 곳에서 선생님을 찾아보는 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학교 폭력과 교실 붕괴를 겪은 선진국에서는 교사들이

일찍이 '선생님'을 포기하고 생활인으로서 '교원(敎員)'으로 내려앉았다.

담임 개념도 사라졌다. 교직이 생계를 위한 일자리일 뿐이라면 매일

출근해서 아이들을 마주치는 일이 고역일 수밖에 없다. 미국·영국·

호주 같은 나라에서는 초임 교사의 30~50%가 5년 이내에 다른 직업을

찾아 학교를 떠난다. 사회도 자연히 그런 그들에게서 존경을 거둬들였다.

지금 15년 경력의 미국 중학교 교사는 한국(618시간)보다 450시간 많은

연간 1068시간 수업을 하고 연봉으로 국민 평균소득의 0.96배인

4만4614달러를 받는다.

'선생님'의 길을 벗어난 대가는 그처럼 혹독한 것이다.

출처: http://new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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