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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혜원(惠園)박영배 시인방(제2.3시집)

아, 가을 /惠園 박영배

by joolychoi 2012. 2. 22.

 


 

아,가을 /惠園 박영배

 

변덕스런 세파,

더러는 고단한 삶까지 짊어지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달려온 세월

 

덜 숙성된 포도주처럼 시행착오도 해보고

가져보지 못한 꿈만 꾸면서

밤 열차처럼 깜깜한 철로를 덜커덩거렸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운명,

때로는 긴 터널 같은 곳을 지나기도 하고

死線인 줄 모르고 정신없이 달리다

어느 날 모순과 허물들을 돌아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가슴을 치던

그믐달 같은 어리석음들

 

스산한 바람에 마음이 시려진다

붙잡는 사람, 만날 사람도 없지만

오늘 같은 날은 어디론지 훌쩍 떠나고 싶다

무참한 세월 앞에 다 무너지고 마는 줄 알았는데

한 조각 남겨진 감성에도 들꽃이 피어나는가 보다

 

아무도 없는 이 전원에 가을이 내려와

한 가닥 한 가닥 옷을 벗을 때마다

코스모스가 마구 흔들리고 있다

 

나도 자꾸 흔들리고 싶어진다

 

 

--박영배 제3시집

< 그리움은 별빛이다 >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