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을 /惠園 박영배
변덕스런 세파,
더러는 고단한 삶까지 짊어지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달려온 세월
덜 숙성된 포도주처럼 시행착오도 해보고
가져보지 못한 꿈만 꾸면서
밤 열차처럼 깜깜한 철로를 덜커덩거렸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운명,
때로는 긴 터널 같은 곳을 지나기도 하고
死線인 줄 모르고 정신없이 달리다
어느 날 모순과 허물들을 돌아보고
소스라치게 놀라 가슴을 치던
그믐달 같은 어리석음들
스산한 바람에 마음이 시려진다
붙잡는 사람, 만날 사람도 없지만
오늘 같은 날은 어디론지 훌쩍 떠나고 싶다
무참한 세월 앞에 다 무너지고 마는 줄 알았는데
한 조각 남겨진 감성에도 들꽃이 피어나는가 보다
아무도 없는 이 전원에 가을이 내려와
한 가닥 한 가닥 옷을 벗을 때마다
코스모스가 마구 흔들리고 있다
나도 자꾸 흔들리고 싶어진다
--박영배 제3시집
< 그리움은 별빛이다 >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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