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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쇼킹 뉴스

정말 누가 왜 그를 잘랐을까 ?

by joolychoi 2009. 10. 14.

현명한 사람(Wise People) 님께 드리는 와플레터 서비스입니다


 정말 누가 왜 그를 잘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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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가 큰 짐 하나를 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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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KBS는 '친정부 방송' 심지어 '어용 방송'이라는 극단적인 공격을 받아 왔다. 그런 KBS가 김제동씨에게 지난 9일 "12일 녹화가 마지막 방송"이라고 통보했다. '지나가는 행인1'도 아니고 4년이나 일한 진행자를 '알바생'처럼 자르는 건 무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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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김씨가 고 노무현 대통령의 노제와 노무현 추모 콘서트 사회 봤던 것 때문에 정부에 찍혔다'는 내용의 뉴스가 마구 쏟아졌다. 인터넷 뉴스가 세상의 모든 뉴스인 줄 아는 청소년이나 네티즌들에게 이 정부는 '쪼잔'하고, 옹졸한 정부다. 정부가 아니라 속된 말로 대통령이 '독박'으로 욕을 먹고 있다. 야당도 못해낸 일을 KBS가 해냈다. 이런 KBS를 '어용'이라 몰아붙였다니 좌파는 빨리 사과를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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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제동씨측은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몇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누군가의 명예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교체, 하차 혹은 인선에서 나올 잡음과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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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래 방송사는 자기 입맛대로 출연자를 고른다. 지난 정권시절에는 좌파 성향의 연예인과 언론인의 방송 출연이 꽤 잦았다. 그렇다고 지난 정권이 "어디 기자 빼고, 어느 연예인 집어넣어라" 지시했을까. 권력에 따라 코드가 자동 입력되는 방송사들이 때론 눈치 보기로, 때론 그걸 빙자해 자기 입맛대로 출연자를 갖고 놀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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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런데 왜 요즘은 방송사가 아니라 정부가 더 욕을 먹을까. 그간의 촌스러움 때문이다. 약자 배려, 민족 자주, 환경 같은 이슈는 좌파만의 전리품이 아니라 보수의 가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회적 발언하는 사람은 모두 좌파'라는 희한한 콤플렉스와 초조감을 갖고 있는 이 정권 인사들은 그들을 끌어안는 대신 늘 '적군파(敵軍派)'인지 의심해왔고, 그리고 사람 들어내기를 했다. 불안은 영혼만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옹졸하게 만든다. 이번 사태는 그간 일련의 인사(人事) 행태가 나은 일종의 '연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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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다면 이제 남는 문제는 누가 김제동을 '짤랐는가'이다. 이 문제는 좀 복잡하다. 사실 지금 방송가에서 가장 잘 팔리는 건 강호동과 유재석식 유머다. 소란스러운 버라이어티 쇼를 이끌며 일부러 바보처럼 진창에 몸을 던지는 유머. 반면 지난 몇년간 인기를 끈 김제동식 유머는 조금 지적이고, 정적인 유머다. 논란이 일어난 10일 김제동의 인터넷 검색어 인기(방송인) 순위는 1위였다. 그러나 그 전날은 27위였고, 25위(9월 10일), 14위(8월 10일), 38위(7월 10일) 등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 2위는 주로 유재석, 강호동이었다. 김제동 사건에 피를 토할 듯 흥분하는 바로 그 네티즌의 검색결과다. 이게 대중의 이중성이다. 한손으론 'MB가 연예인 탄압한다'는 댓글을 남기며, 다른 한손에 쥔 리모컨으로는 막말, 슬랩스틱 코미디만을 찾아다니는 TV 대중의 이중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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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해볼 건 또 있다. 대중예술인의 공개적 혹은 비공개적, 정치적 혹은 사회적 활동을 어떻게 볼까 하는 문제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쇼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다. 그런데 여기 '정치색'이라는 변수가 끼어든 것이다. 김제동씨의 경우를 두고도 '2급 정치인보다 1급 예능인을 원한다'는 사람이 있고, '그도 말할 권리가 있다'고 지지하는 쪽도 있다. 쇼와 돈을 맞바꾸는 오락시장의 거래에 끼어든 정치색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풀어야 '즐거움의 공정 거래'가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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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방송인 한명 바뀔 때마다 '정치적 압력설'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때마다 대통령이 혐의를 받는 나라는 꼴이 좀 우습다.

  • - 박은주 엔터테인먼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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