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우병 왜곡·과장보도 'PD수첩' 어땠기에..."
성호철 기자 sunghochu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지난 4월 29일 방송된 MBC PD수첩 광우병 편은 촛불집회를 촉발시킨 도화선이었다. 집회 초기 PD수첩을 보고 충격을 받은 10대 청소년들은 거리로 나와 "죽기 싫다"고 절규했다.
첫 장면은 긴박한 배경 음악이 깔린 가운데 미국의 끔찍한 소 도축장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른바 다우너(downer cow·주저앉는 소) 동영상〈사진 1〉. 미국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촬영한 이 영상은 일어설 힘이 없는 소를 일으키기 위해 몸에 전기 충격기를 갖다 대거나, 고압의 물을 살수하는 동물 학대를 고발하고 있다.
방송에 나온 소는 모두 젖소. 주저앉는 증상은 젖을 통해 칼슘 성분이 빠져나간 나이 든 젖소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마이클그래거씨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심지어 젖소까지 도축됐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PD수첩은 이 자막을 "이런 소까지 도축됐다고 생각하진 못할 거예요"라고 '젖소'를 '이런 소'로 바꿔놓는다. 시청자들은 '이런 소=광우병 의심소'라는 느낌을 받는다.
주저앉는 소를 학대하는 장면 뒤에는 흑인 어머니의 오열하는 소리와 장례식 장면이 따라 나온다. 고(故) 아레사 빈슨씨 장례식이다. 내레이션은 "그녀는 사망하기 전 인간 광우병 의심 진단을 받았다"고 전한다.
송일준 PD는 "아까 그 광우병 걸린 소, 도축되기 전 그런 모습도 충격적이고 또 아레사씨인가요, 죽음도 충격적이네요"라고 정리한다〈사진 2〉. 이 순간 도축장의 주저앉는 소들이 광우병 소로, 아레사씨는 광우병 소를 먹은 탓에 죽은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송 PD의 뒤로 비치는 배경 화면에는 "목숨을 걸고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야 합니까"라는 캡션이 선명하게 보인다.
방송 이후 '의도성' 논란에 휩싸이자 PD수첩은 "말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시청자들의 상당수가 이미 광우병 공포에 휩싸인 뒤였다.
이 끔찍한 두 개의 에피소드에 이어 김보슬 PD는 광우병에 대해 "(광우병은) 0.1g의 위험물질만으로도 감염이 된다. 감염되면 100% 사망한다"고 설명한다. 김 PD는 또 "정부에서는 미국 사람들도 잘 먹는 쇠고기를 우리 국민들만 난리냐고 하는데요, 하지만 정작 미국 사람들도 그 어느 때보다 쇠고기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미국 현지 시민들의 인터뷰는 방송되지 않았다. PD수첩에 공동번역자로 참여했던 정지민(여·26)씨는 "원래 PD수첩이 촬영해온 원본 영상에는 미국 시민들을 인터뷰한 내용도 있는데, 광우병의 위험성을 언급하는 내용을 보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극적인 부분은 고(故)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인터뷰 장면이었다.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그녀는 "MRI 검사 결과 아레사가 CJD(크로이츠펠트야콥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PD수첩은 여기에 'vCJD(인간광우병)'라는 자막을 붙였다〈사진 3〉. 영문으로는 'v'라는 철자 하나만 차이가 있지만, vCJD는 광우병에 걸린 소를 섭취하면 감염되는 질병이지만,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은 소와는 전혀 상관없는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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