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수걸이, 에누리, 색주가, 은근짜, 군것질, 총채, 글방, 서산대, 벼룻돌, 부싯돌.
시인 김수영이 꼽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입니다(낱말 뜻 보기). 시인은, 1966년의 어느 할 일 없었던 날 저녁, 심심풀이로 초고 뭉치를 들춰보다가 이 향수에 어린 낱말들을 적어보았다고 합니다.
김수영보다 한 세대쯤 아래인 문사 고종석(소설가·한국일보 논설위원)도 얼마 전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손꼽았습니다.
▶ 관련 기사: [말들의 풍경] <19>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
그가 한국일보 지면에 적은 우리말 열 개는 가시내, 서리서리, 그리움, 저절로, 설레다, 짠하다, 아내, 가을, 넋, 술.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문학과지성사 펴냄)을 비롯해 고종석이 쓴 이런저런 산문집을 읽어본 독자들은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낱말들입니다.
고종석보다 반 세대쯤 아래인 저는 고종석이 꼽은 우리말 대부분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김수영이 꼽은 우리말은 3분의 2쯤만을 어렴풋이 이해합니다.
하긴 김수영이 손꼽은 우리말 열 개 가운데 명사 에누리의 본뜻(물건 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을 그동안 약간 혼동해서 알고 있었으니 반쯤만을 이해한다고 말해야 더 정확할 듯도 합니다.
그리고 만일 김수영과 고종석이 꼽은 낱말들이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이라는 데에 공감하느냐를 따진다면 저는 조금 더 신중해질 것입니다.
위에 적었듯, 저는 고종석보다는 반 세대쯤, 김수영보다는 한 세대 반쯤 아래인데다 우리말에 대한 이해 수준이 두 문사에 비해 턱없이 낮고, 또 무엇보다도 삶의 궤적과 살아온 환경이 그들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가 꼽는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는 김수영·고종석의 그것들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를 뿐 아니라, 딸내미·뽀뽀·사랑·가슴·노래·꿈 등 뜻과 소리가 두루 아름답게 느껴지는 우리말들을 떠올려 봐도 왠지 두 문사가 꼽은 말들에 비해 초라하게도 여겨집니다.
그렇다고 다솜(사랑), 미쁨(믿음), 살부침(인연), 비나리(축복의 말), 꽃잠(신랑·신부가 처음으로 함께 자는 잠) 등 평소 쓰지도 않았던 토박이말들을 새삼 가장 아름다운 말로 꼽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은 어쩐지 제 감성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일이 아닌 듯싶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저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세워온 제 나름의 보잘것없는 인생관과 세계관을 담고 있는, 그래서 저에게만큼은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우리말들을 몇 개 손꼽아보겠습니다.
그것들은 낯설다(저는 세상을 ‘낯설게’ 보는 이들이 많아져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흔과 서른(저는 ‘70’의 자기 확신과 ‘30’의 자기반성으로 내면을 채우고 있는 이가 큰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갱이(저는 사물이든 사건이든 그 속의 ‘고갱이’를 잘 찾아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등입니다.
덧붙여, 조금만 더 너그러운 마음가짐으로, 우리말의 테두리 안에 한자어와 외래어를 포함시켜 생각할 수 있다면, 접속(接續)과 소통(疏通), 그리고 블로그(blog)와 미디어(media) 역시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중 하나로 손꼽아보고 싶습니다.
자, 그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의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는 무엇입니까. 1년에 딱 한 번 우리에게 한글이 있음을 기뻐하는 한글날을 맞아 즐거운 ‘말잔치’를 벌여봅시다. 저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를 손꼽아보자는 말씀입니다.
간단하게 낱말들만 댓글로 다셔도 좋고,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과 느낌을 나누고 싶은 분은 자신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꼭 열 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와 그 낱말들을 고른 이유를 적절한 분량의 글로 써주십시오.
미디어다음 블로거기자는 기사 제목에 [우리말]이라는 표시를 달고 블로거뉴스를 보내시면 됩니다. 블로거기자단이 아닌 분은 그냥 자신의 블로그(굳이 Daum 블로그일 필요는 없습니다)에 글을 올린 뒤 이 기사에 트랙백(트랙백 주소: http://blog.daum.net/media_jsko/tb/6410428)을 걸어주십시오.
별것 아닌 제안인지도 모르겠으나, 이 일로 뜻 깊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령 50대와 40대, 그리고 30대, 20대, 10대들이 서로 모르고 지내던 다른 세대의 언어를 이해하게 되고, 정겨운 지역 사투리들이 한국의 타지는 물론, 세계 곳곳에 소개되는 일들 말입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우리 토박이말에 관심이 많은 한 블로거 덕분에 속절없이 사라져가던 아름다운 우리말 몇몇 개가 순식간에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또 우리말에 늘 목마름을 느끼던 해외 교민들은 모처럼 벌어진 ‘우리말 잔치’에 시원한 해방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잠깐 해본 상상이지만, 참으로 신이 납니다.
정성 어린 글로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 꼽기’에 참여하는 분들에게는 작지만 가치 있는 선물도 드리겠습니다.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장승욱 지음, 하늘연못 펴냄)라는 책입니다. 지은이가 힘겹게 모은 우리 토박이말 4,793개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도사리·감또개·똘기… 이런 작고 예쁜 순우리말들을 한껏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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