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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남이섬

by joolychoi 2006. 10. 8.

부제: 촬영지 후유증으로 낭만이 없어진 남이섬

 

▲ 남이섬 전경 / ⓒ박준규 

 

 

▲ 남이섬 오솔길 / ⓒ박준규


강원도 춘천시에 속하여 북한강 상류에 위치한 남이섬. 학생들의 소풍장소, 대학생들 엠티장소, 연인들의 데이트장소로 잘 알려져 있어 오래 전부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작은 섬이다. 이 섬은 강원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에 속해 있지만 정작 섬 안으로 들어가려면 배를 타야 하는데 배 터는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에 속해 있다. 해서 이 섬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강원도와 경기도를 동시에 들러야 하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도 벌어진다.


소풍장소로 유명했던 섬


70-80년대 남이섬은 전국 초·중·고등학생들이 일 년에 한 번 쯤은 이곳으로 소풍 및 수학여행을 오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가평지역 학교에서는 가장 자주 가는 소풍장소로 당시 학생들에겐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손꼽히기도 했던 곳이다. 당시 학생이었던 기자도 숱하게 남이섬을 다녔다. 물론 소풍으로. 한 학교 학생들 3분의 2가 몰려오니 당연히 배삯도 많이 할인 됐다. 80년대 후반 기준으로 초중고 학생들 기준으로 1인당 200원에서 500원이 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2006년 현재 성인요금(5,000원)기준으로 하면 거의 열 배가 넘거나 같은 수준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예전에 비해 이 섬은 소풍장소보다는 중국, 일본인들의 관광명소로 어느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남이섬은 낭만의 섬


남이섬은 그야말로 낭만의 섬이었다. 5분여 동안 배를 타고 들어가면 마치 무인도에 온 것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그대로에 가까웠고 가끔 보이는 작은 동물원이나 배 터 입구에 자그만 음식점과 매점 하나. 그 맞은 편엔 역시 자그만 기념품 가게 하나가 전부였다.

 

▲ 남이선 안에서 관광객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 / ⓒ박준규

 

▲ 밤송이를 따서 내려오는 청솔모 / ⓒ박준규

 

섬 입구엔 밤나무가 무성해 매년 가을이면 밤이 이곳저곳에 떨어지고 그걸 주어서 먹는 다람쥐나 청설모 녀석들의 재롱은 그야말로 자연이 주는 넉넉한 삶속의 여유가 아닐 수 없었다.


한 때 남이섬을 일부러 늦은 시간에 들어가는 젊은 연인들이 많았다. 이유는 안 봐도 뻔 한 이야기. 바로 배 시간을 놓치기 위한 속셈(?). 당시엔 마지막 배가 끊기면 섬에 갇혀 둘만의 시간을 가져야할 수밖에 없으므로 특히 남자 측에서 이 방법을 가끔 이용해 행복하거나 후회스러운 추억거리를 만들었으리라. 반면 요즘은 늦게까지 배가 운행하고 정말 급하면 모터보트 관리인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 바로 보트 대령이다. 게다 섬 내에는 2층짜리 호텔도 영업 중이다.


낭만으로부터 멀어지는 섬

 ▲ 드라마 속 주인공 사진을 이용, 관광객들에게 사진 찍는 재미를 주고 있다 / ⓒ김태훈

 

이러한 낭만의 섬이 몇 해 전부터 드라마·영화 등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큰 인기를 얻고 그로인한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그 조용하고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섬은 점차 낭만에서 멀어지고 상업성을 띤 섬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관광객이 몰리면 자연적으로 섬은 시끄러워지고 하루가 멀다 하고 섬 안에 상업시설 역시 늘어났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어려서부터 지켜봐 온 남이섬이 갑작스레 변하는 것을 볼 땐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 남이섬 일대를 드라이브 시켜줄 전기로 가는 택시 / ⓒ박준규

 

나름 테마를 주제화 하여 섬을 예쁘게 가꾸고는 있다. 하지만 ‘자연과 가꿈’이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어떤 방법으로 가꾸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자연을 파괴하고 새 건물 등을 짓고 하는 행위는 가꿈이란 단어보다 발전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 발전은 곧 옛 것을 고수하지 않고 좀 더 낫게 뜯어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남이섬은 많은 관광객들 입맛에 맞게 섬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오래 전부터 지켜 본 사람들 중 일부는 이 발전에 아쉬운 마음을 속으로 삭히고 있다.

 

지켜줘야 아름다운 곳들

▲ 나무와 흙으로 지은 방가로 / ⓒ박준규

 

굳이 남이섬뿐이겠는가? 주위를 둘러보면 한 번 방송이나 영화에 인기몰이를 받은 곳은 머지않아 파헤쳐 지고 ‘보다 편하고 보기 좋게’라는 명분하에 발전시킨다. 하지만 이 발전이 정말 그곳들을 발전시키는 행동일까? 물론 일부 사람들은 그 덕에 일자리가 생기고 그로인해 웃음 지을 경우도 있겠지만 예전에 보여주던 그곳의 자연미는 자연적으로 퇴색돼 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는 한 번 보고 인상(印象)에 남는 곳(것)들은 꼭 인공적인 힘을 써서 발전시키거나 소유하길 원한다. 달리 보면 이러한 것들이 익이 될지 모르지만 도가 지나치면 반드시 해가 될 행동들이기 때문에 ‘지켜줘야 아름다운 곳들’에 대해서는 지켜주며 진정 가꿈과 관리를 통해 이어 나가는 것이 참된 행동이 아닐까 싶다.

 

▲ 남이섬에서의 처음 이동수단이었던 자전거 / ⓒ김태훈

 

각종 매체를 통해 날로 전국 방방 곳곳이 알려지면서 좋은 곳들도 노출되기 쉬움으로 우리가 지켜줘야 할 아름다운 곳들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시점에 진정한 가꿈에 대해서 한 번 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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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출처 : 하이쿠詩가 있는 블로그
글쓴이 : 박준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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