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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스크랩] 명절 고향 찾기...결국 집안 감정 싸움으로 번져

by joolychoi 2006. 9. 30.
 

 

꽉 막힌 도로, 보기만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 윤태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엄밀히 말하면 시작된 사람도 있고 중간중간 출근하는 사람도 있을게다. 오늘 아침 고향에 내려가는 문제로 아내와 이야기하다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언성이 높아짐은 물론 서로 씩씩거리며 분을 참지 못했다.


오는 4일날 시골(충남 서산)에 내려가면 언제 올라오느냐 하는 문제 때문이었다. 내가 현재 출근을 하지 않으니(프리랜서) 연휴가 끝나는 다음날인 9일(월요일)에 올라오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아내는 너무 힘들다고 했다. 명절때 식구들은 연휴가 끝날때까지 논, 밭에 나가 일을 하는 편이고 며느리인 아내는 식사를 챙기는 일을 주로 한다. 일손이 부족해 농삿일로 힘들어하시는 연로하신 부모님때문에 서둘러 서울로 올라오는 일이 쉽지 않다.


여하튼 아내 입장에서는 한두 식구도 아니고, 시부모님, 시동생, 아주머니 등 입맛 맞추기에 쉽지 않다. 설거지가 문제가 아니라 밥을 차리는게 명절 주부들에게는 큰 고민거리이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며 이 때문에 두통도 생기고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게다가 한 가지 혹이 또 있다.


이제 14개월된 아들 새롬이, 상 차릴때 이것저것 휘젓고 다니니 녀석을 통제해야한다. 내가 집안에서 돌봐줬으면 좋겠지만 난 논, 밭에 나가봐야한다. 어쩔 수 없이 녀석을 등에 업고 부엌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얼마나 사람 피곤하게 하는 일인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한 시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아침 일찍 일어나시니 따라 일어나려면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다. 게다가 녀석이 밤새 칭얼거리느라 잠도 제대로 못잤는데, 온 가족의 아침상을 차리는 것은 피가 마를 일이다. 명절 때 겪는 아내들의 명절 증후군, 더 이상 나열할 필요도 없이 고된 일이다.


그래서 아내는 하루정도 빨리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고, 나는 특별히 바쁜 일도, 출근할 일이 없으니 차가 막히지 않는 월요일에 올라왔으면 하는 의견을 펼쳤다. 운전자도 피로하지만 아내나 아기 또한 피곤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내의 부엌살림 고생에 비하면 덜할 테지만... 다만, 나 같은 경우 막힌 차 안에 갇혀 있으면 마음의 병 때문인지 가슴이 꽉 막혀오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 주말에 아예 차 가지고 좀처럼 시외로 나가지 않는 편이다.


막힌 도로, 오랜 시간 운전에 대한 애로사항을 호소하자 아내는 자신이 직접 운전을 하겠다고 한다. 내 수동 마티즈 대신에 처제의 오토 기어 마티즈를 대신 가지고 가면 올라오는 동안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천천히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내는 이렇게 해서라도 시댁에서의 고단함을 하루정도 줄일 수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오토 면허는 있지만 운전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내에게 아무리 고속도로가 막혀 속력을 내지 못한다하더라도 운전대를 맡길 수 없는 노릇이었다.


참으로 애매모호한 상황. 아내의 피곤함을 덜어주고자 좀 일찍 올라오려면 내가 피곤해 죽겠고, 부모님도 서운해 하실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는다면 아내는  전신통증을 호소하며 시댁에서 고통의 명절을 좀 길게 보낼 것이다.


절충점을 찾는다는 게 쉽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선뜻 양보하거나 복안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이야기는 계속됐고, 그러다 어느 한 순간에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시댁 아닌 처가(서울 영등포) 문제도 불거졌다. 처가에는 자주 가지 않으면서 늘 시댁에만 신경을 쓴다고 아내가 화를 낸 것이다.


처가,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  늘 막걸리 드시고 취해계시는 장인어른 때문에 처가를 찾고 싶어도 마음대로 찾지 못하는, 장모님이나 처제 조차도 사위가 처가에 오는걸 눈치봐야 하는 등의 애로사항은 있다. 차라리 내가 술이라도 잘해 장인어른과 대적하며 시간을 보내면 좋겠지만 술한잔 못하는 처지라 상황은 더 어렵다. 여하튼 이런 저런 복합적인 이유로 시댁보다는 처가를 못 찾아뵙는건 사실이다. 이번 명절땐 10월 1일 혹은 3일에 처가를 찾아뵐 계획이다.

 

결국 이 문제는 집안대 집안을 끄집어내는 감정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뭐 좋은 방법 없을까?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이 문제로 고민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명절때마다 늘 고민이다. ⓒ 윤태

 

 

시댁식구들 입맛에 맞춰 음식을 해야하는데...ⓒ 윤태

 

 

쌓여가는 설거지 감 ⓒ 윤태




출처 : 사는 이야기
글쓴이 : 윤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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