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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식물도감

[스크랩] 정염의 화신, 협죽도 꽃

by joolychoi 2006. 8. 30.

 

 

연일 불볕 더위와 열대야가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오후 집을 나서면 호박잎이나 연한 잎들이 더위에 축 늘어져 있는데도
유별나게 진분홍으로 태양을 향해 이글거리며 피어 있는 꽃
바로 더운 지방에서 들여온 협죽도입니다.

 

독(毒)이 있어 그런지 꽃말이 '위험'이랍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일본 군인들이 행군하다 
이 가지를 꺾어 젓가락을 만들어 밥을 먹었다가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고
몇 번이고 주의를 주던 생각이 납니다. 

 

유도화(柳桃花)라고도 부르는데 '잎이 칼처럼 생긴 버드나무'란 뜻이겠죠?
유럽의 두 가지 전설을 찾아 싣고 있습니다.
더위에 굴하지 마시고
이 꽃처럼 정염(情炎)을 불태우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 협죽도(夾竹桃)는 
 
 협죽도과의 상록관목으로 햇볕이 잘 비치고 습기가 많은 사질토에서 잘 자라지만 아무데서나 자라며 공해에 대해서도 매우 강하다. 높이 2m 이상 자라고 밑에서 가지가 총생하여 포기로 되며 수피는 검은 갈색이고 밋밋하다. 잎은 3개씩 돌려나고 선상 피침형이며 가장가리가 밋밋하다. 질이 두껍고 표면은 짙은 녹색이며 양면에 털이 없다. 꽃은 7∼8월에 피지만 가을까지 계속되고 홍색, 백색, 자홍색 및 황백색이 있고 겹꽃도 있다.

 

 화관은 지름 3∼4cm로서 밑은 긴 통으로 되고 윗부분은 5개로 갈라져서 수평으로 퍼진다. 갈래조각은 꼬이면서 한쪽이 겹쳐진다. 화관의 통부와 갈래조각 사이에 실 같은 부속물이 있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5개의 수술은 화관통에 붙어 있다. 꽃밥 끝에는 털이 있는 실 같은 부속물이 있다. 열매는 골돌이며 갈색으로 성숙하여 세로로 갈라진다.

 

 종자는 양 끝에길이 1cm 정도의 털이 있다. 가지, 잎, 꽃을 강심제 및 이뇨제로 사용한다. 번식은 포기나누기와 꺾꽂이로 한다. 한국을 비롯하여 인도와 페르시아에 걸쳐 널리 분포한다. 꽃이 여러 겹인 것을 만첩협죽도(for. plenum), 꽃이 연한 황색인 것을 노랑협죽도(for. lutescens), 꽃이 백색인 것을 흰협죽도(for. leucanthum)라고 한다. (네이버 백과에서)

 

 

 

 

♧ 협죽도에 관한 전설 1

 

 스페인에서 전해지는 협죽도에 대한 전설입니다. 옛날 어머니와 단 둘이서 살던 가난한 소녀가 열병에 걸려 쓰러졌습니다. 어머니는 백방으로 쫓아다니며 약을 구하고 딸을 간병했지만 결국 자신도 피로에 지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힘을 다해 성 요셉에게 빌었습니다. "제발 저의 딸을 고쳐주세요." 기력이 다할 때까지 온 힘을 다하여 쉬지 않고 빌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방으로 정체 모를 빛이 비쳤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의 그림자가 들어와서는 싱싱한 협죽도 한 가지를 딸의 가슴에 놓고 사라졌습니다. "성 요셉이로구나!" 하고 어머니는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소녀는 꿈에서 깨어난 듯이 일어났습니다. 소녀는 스스로 물을 찾아 몇 그릇 들이키더니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그래서 협죽도를 '성 요셉의 꽃'으로도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 협죽도에 관한 전설 2

 

 옛날 유럽의 어느 나라의 신화입니다. 바람의 신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하나 있었는데, 아버지는 늘 그 딸을 위해 멋있는 신랑감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땅의 신에게 신랑감이 나타났는데, 그 신랑감은 바로 식물의 신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신랑감을 찾아가서 자기의 딸을 신부감으로 맞이하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식물의 신은 고맙지만 자신의 신부감은 얼굴이 협죽도 꽃 빛처럼 아름다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처녀의 낯빛은 하얗고 깨끗할 뿐 조금도 붉은 기운은 없었습니다.

 

 그 때부터 처녀는 눈물로 날을 보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버지는 하느님을 찾아가 협죽도가 어떻게 생겼으며, 그 빛깔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하느님은 대답 대신 협죽도 한 포기를 그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아버지가 그 꽃을 가져다 딸에게 보여주자 딸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꽃을 받고 얼굴에 문질렀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하얗던 얼굴이 짙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협죽도 꽃처럼 되었고, 바라던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 협죽도에게 동의하다 - 김종제

 

 

세상으로부터
당신 마음으로부터
한 발 비켜선 곳에
독(纛) 같은 꽃이 살고 있다
아니 여름의
뜨거운 독(獨)으로 키운 꽃이 있다
한 시절 나도
방황의 독으로 가득했으니
나, 어부사시사(漁夫四時辭)에 동의한다
나, 그토록 유배당하기 원했던
보길도에 동의한다
부용동 세연지에 동의한다
오우가(五友歌) 대신 핀
협죽도라는
유도화라는 꽃에 동의한다
입술에 닿으면
은둔 같은 잠을 유도한다고
유폐 같은 죽음을 유도한다고
한몸에
버드나무잎 복숭아꽃 따로 들어선다니
저 화(火)의 갈증(渴症)의 세월을
어떻게 견뎌왔을까
불타버린 마음에서
풀도 나무도 아닌 것이
제일 먼저 부흥으로 피어난다는
당신과 마주친다
바다 건너 온 것들 모두
당신에게 첫발을 딛는다고 했던가
보길도에서
나, 윤선도 협죽도 당신에게 동의한다

 

 

 

 

♧ 해연풍 - 고은

 

 

옛 노래는 누가 지었는지 모르고 노래만 남아 있다.
저녁 풀밭이 말라서 비린 풀 냄새가 일어나고
처음부터 말떼는 조심스럽게 돌아온다.
여러 산들은 제가끔 노을을 받아 혹은 가깝고 혹은 멀다.
또한 마을처녀가 밭에서 숨지는 햇살을 가장 넓은 등에 받고
이 고장에서 자라 이 고장에서 시집갈 일밖에는 생각지 않는다.

 

아무리 어제의 뭉게구름이 그토록 아름다웠을지라도
그 구름은 오늘 바라볼 수 없으며 벌은 날아가다 죽는다.
이 땅에 묻힌 옛 피가 하루하루를 그들에게 가르치며……
아직 밭 일꾼과 귀 작은 소떼와 처녀들이 돌아오지 않은 채
화북(禾北) 마을의 갈치 배는 희미끄레한 돛을 올리고
제 마음에 따라 다른 바다를, 그러나 한마음으로 떠난다.

 

옛 노래는 누가 지었는지 모르고 노래만 남아 있으며,
바다는 좀더 북쪽 별 나타날 곳으로 기울었는지
성산포(城山浦) 우도(牛島)배와 마주친 배들은 나비처럼 떠나간다.
그러나 먼 상하이는 밝을 것이고 서쪽 바다의 지평선엔
가까스로 돌아오는 애월(涯月)배들이 날카롭게 솟아 있고,
지는 해를 등지며 때로 바다는 오늘같이 인자하구나.
저 저녁 바다로 떠나지 않고 밭에서 돌아온 자여, 맞이하라.
비로소 해연풍(海軟風)은 노는 애들과 그대 적막한 가슴 앞을 적시고
이 고장의 질긴 협죽도(夾竹桃)꽃들을 마지막에 적시리라.

 

어느 돌담 앞에나 옛 노래인양 감태 잎새와 소라 껍데기가 있어도
가장 풍요한 빈손으로 이 땅을 떠나지 않게 하고

저 깊은 밤바다 위에서는 이미 별이 빛나기 시작하며
어여쁜 갈치 아씨가 잡혀 하느님처럼 실려 오리라.
밤은 알리라. 더구나 저 바다의 밤은 알고 있으리라.
어제는 사시나무였고 오늘은 마른 살가죽에서 저물고
비로소 해연풍(海軟風)은 아득한 밤배 불빛을 씻어 오리라. 

 

 

 

♬ 비발디 - '사계(四季)' 중 "여름" 1∼3악장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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