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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김현수의 마음의 글

지고싶은 날이 있습니다/도종환 (영상글 첨부) ​

by joolychoi 2022. 6. 1.

 

♥ 지고싶은 날이 있습니다//도종환♥ ​

 

음악이 너무 가슴에 사무쳐

볼륨을 최대한 높여 놓고

그 음악에 무릎을 꿇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내 영혼의 깃발위에

백기를 달아

노래 앞에 투항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음악에 항복을 하고

처분만 기다리고 싶은 그런 저녁이 있습니다.

지고싶은 날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고너

무 발버둥치며 살아 왔습니다.

너무 긴장하며 살아왔습니다.

지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비굴하지 않게 살아야 하지만

너무 지지 않으려고만 하다보니

 

사랑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

제피붙이 한테도

지지 않으려고 하며 삽니다.

 

지면 좀 어떻습니까?

사람 사는 일이

이겼다 졌다 하면서 사는건데

 

절대로 지면 안된다는 강박이

우리를 붙들고 있는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 강박에서

나를 풀어주고 싶습니다.

폭력이 아니라

사랑에 지고 싶습니다.

권력이 아니라 음악에 지고 싶습니다.

 

돈이 아니라

눈물나게 아름다운

풍경에 무릎꿇고 싶습니다.

 

선연하게 빛나는

초사흘 달에게 항복하고 싶습니다.

 

침엽수 사이로 뜨는 초사흘 달

그 옆을 따르는 별무리에 섞여​

나도 달의 부하

별의 졸병이 되어 따라 다니고 싶습니다.

 

낮달같이

푸른 달이 시키는 대로

낙엽송 뒤에 가서 줄을 서고 싶습니다.

 

거기서 별들을 따라

밤하늘에 달배 별배를 띄우고

별에 매달려 아주 천천히 떠나는

여행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사랑에 압도 당하고 싶습니다.

눈이 부시는 사랑

 

가슴이 벅차서

거기서 정지해 버리는 사랑

그런 사랑에 무릎을 꿇고 싶습니다 .

 

진눈깨비 같은 눈물을 뿌리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려 가고 싶습니다.

 

눈밭에 포위 당하고 싶습니다

두손 두발을 다 들게하는

눈속에 갖히고 싶습니다.

 

허벅지까지 쌓인

눈속에 고립되어 있고 싶습니다.

(20) [ 좋은 글 ] (202) -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도종환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