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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마음의 시(詩)

등 잔 / 신달자

by joolychoi 2019. 8. 29.





 





    등 잔 / 신달자  


인사동 상가에서 싼값에 들였던

백자 등잔 하나

근 십년 넘게 내 집 귀퉁이에

허옇게 잊혀져 있었다

 

어느 날 눈 마주쳐

고요히 들여다 보니

아직은 살이 뽀얗게 도톰한 몸이

꺼멓게 죽은 심지를

물고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워

다시 보고 다시 보다가

기름 한줌 흘리고 불을 켜 보니

 

처음엔 당혹한 듯 눈을 가리다가

이내

발끝까지 저리 황홀한 불빛

 

아 불을 당기면

불이 켜지는

아직은 여자인 그 몸



Tomorrow's Child - Spencer Bre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