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마음의 시(詩)

꽃의 소묘(素描) /김 춘 수

by joolychoi 2019. 7. 9.


 


 


       
꽃의 소묘(素描) /詩 김 춘 수



꽃이여, 네가 입김으로
대낮에 불을 밝히면
환히 금빛으로 열리는 가장자리,




빛깔이며 향기며
화분(花粉)이며 ······ 나비며 나비며
축제의 날은 그러나
먼 추억으로만 온다.




나의 추억 위에는 꽃이여,
네가 머금은 이슬의 한 방울이
떨어진다.




사랑의 불 속에서도
나는 외롭고 슬펐다.




사랑도 없이
스스로를 불태우고도
죽지 않는 알몸으로 미소하는
꽃이여,




눈부신 순금의 천(阡)의 눈이여,
나는 싸늘하게 굳어서
돌이 되는데,




네 미소의 가장자리를
어떤 사랑스런 꿈도
침범할 수는 없다.




금술 은술을 늘이운
머리에 칠보화관(七寶花冠)을 쓰고
그 아가씨도
신부(新婦)가 되어 울며 떠났다.




꽃이여, 너는
아가씨들의 간(肝)을
쪼아 먹는다.




너의 미소는 마침내
갈 수 없는 하늘에
별이 되어 박힌다




멀고 먼 곳에서
너는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나의 추억 위에는 꽃이여,
네가 머금은 이슬의 한 방울이
떨어진다.



너를 향하여 나는
외로움과 슬픔을
던진다.

ㅡ김춘수(1922~2004)ㅡ







  • 팦송명곡 Can`t help falling in love / Richard Marx외 24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