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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마음의 시(詩)

함박눈 내리는 날의 풍경 (글. 김설하 / 낭송. 이충관)

by joolychoi 2019. 2. 19.

 

 

 

 



 함박눈 내리는 날의 풍경 -詩 김설하

숲에서 온 저간의 바람 맵더니
어두움 가득 내린 뜰에 
눈부시게 하얀 눈이 내려서
섬유질만 남은 앙상한 나뭇가지들
겹겹으로 솜옷을 껴입는다
외롭던 가로등 벗 삼아
산지사방 흔들리는 눈의 춤사위 
그림자 키웠다 사라지는 
좁은 골목 음습한 모퉁이까지 환하게 
엄동을 앞두고 겹겹으로 에워싼다
새색시 시집살이 호될까  
적막 속에 촘촘하게 내려서
시어미 솜이불같이 두텁게 재이면
애오라지 가쁜 숨 헐거워지는 긴긴밤
한 냄비 떠다가 수제비 뚝뚝 떼 넣고
뜨끈한 김칫국 끓여 후루룩 마시면
애달픈 시절 눈 속에 묻히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