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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마음의 시(詩)

함박눈 내리는 날의 풍경(글. 김설하 / 낭송. 이충관)

by joolychoi 2019. 2. 4.


                            

 



 함박눈 내리는 날의 풍경 -詩 김설하


숲에서 온 저간의 바람 맵더니

어두움 가득 내린 뜰에

눈부시게 하얀 눈이 내려

섬유질만 남은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겹겹으로 솜옷을 껴입는다

 

외롭던 가로등 불빛 벗 삼아

산지사방 흔들리는 눈의 춤사위

그림자 키웠다 사라지는 역 광장과

복병 같고 음습했던 모퉁이를 환하게

엄동을 앞두고 겹겹으로 에워쌌다

 

새색시 시집살이 호될까

적막위에 촘촘하고 고요히 내려

시어미 솜이불같이 두텁게 재여서는

애오라지 가쁜 숨 헐거워지는 긴긴밤

한 냄비 떠다가 수제비 뚝뚝 떼 넣고

뜨끈한 김칫국 끓여 후루룩 마시면 좋을

와! 주먹만한 함박눈이 떨어지누나

 


Interlude - Scott D. Dav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