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주라호의 사원과 조각은 인도 예술만의 독창성과 신성을 지니고 있다.
유연하고 풍만한 젊은 육체를 매끈하고 부드러운 사암과 대리석에 정확히
재현해놓은 것은 전형적인 인도의 조형예술이 지니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장점이기도 하다. 동적이면서 영감이 넘치는 인도의 조형예술에는 또한
아름다운 육체의 재현이라는 힌두교 신앙이 반영되어 있다. 성행위의 묘사는
‘둘이 곧 하나’인 감각적인 행복과 함께 정신적인 행복의 최고형태를 상징하고
있다. 진정한 힌두교도 들에게 있어 세속(世俗)은 신성한 것이며, 소멸(消滅)
역시 불멸의 구원에 이르는 열쇠가 된다. 요컨대 ‘사랑이 곧 신’이다.
그리고 항상 추구하기는 하지만, 상상이 불가능한 신과 인간의 결합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은 오직 ‘꿈도 꾸지 않는 깊은 수면’이나, 성교를 나누며
서로 절정에 도달했을 때의 모든 ‘소멸’의 순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그것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만족스러우며, 가장 완벽하고, 가장 해탈에
가까운 것이다. 이와같이 힌두교에서 세속적인 인간의 쾌락을
묘사한 예술은 힌두교 사원의 정신성을 능가한다.
브라만 들에게는 카주라호가 하나의 정신적 시험무대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이러한 조각상을 보고 흥분하거나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는 진실로 헌신적인 힌두 교도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르마 요가란
이러한 자극적인 장면 앞에서 침착을 유지하는 방법을 수행자들에게 가르쳐주는
요가이다. 마하트마 간디도 만년의 나이에 카르마 요가를 행한 적이 있다.
이처럼 힌두교는 모든 극단을 포용하고 있다. 카주라호 사원의 에로틱하고
관능적이며, 성적인 호소력이 짙게 배인 젊은 남녀들이 현실감 넘치게
묘사되어있는 조각들이 유치한 포르노그라피가 아닌 순수예술로 느껴지는
것은 인도 예술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신성함에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