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살려달라니? 어디 너희들을 죽이는 데로 데려간다더냐.
더 좋은 곳으로 보내주마.
어서 가자”하면서 막무가내로 두 자매를 끌고 갔습니다.
아무리 애원해도 소용이 없자. 찔레가 관원들에게 말했습니다.
“나리, 저희는 자매입니다. 둘이 끌려가면
병들어 누워있는 아버님은 누가 돌보겠습니까?
제가 갈 테니 동생은 놓아 보내 주십시요!”하고
애원을 했습니다.
이 말은 들은 동생 달래는 “아닙니다 나리!
동생인 제가 가겠습니다. 언니를 놓아 주세요”
하며 울면서 매달렸습니다.
자매가 눈물을 흘리며 서로 가겠다고 매달리자 관원은 코끝이 찡하여
“그래 너희 자매 우정에 감동하여 너희 둘 중 하나만 데려가겠다”
고 하면서 관원들은 동생인 달래는 풀어주고
언니인 찔레만 끌고 갔습니다.
“달래야 아버지 잘 모셔야 한다!” “언니! 언니!
나 어떻게 해야 해?”
하면서 자매는 눈물로 서럽게 이별을 하였습니다.
다른 공녀들과 원나라에 끌려간 찔레는 요행히
좋은 주인을 만나 맛있는 음식과 좋은 비단 옷과
패물이 넘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찔레는 고려 땅에 두고 온 동생과
아버지 생각 뿐이었습니다.
동생과 함께 날마다 올랐던 뒷동산도 그리웠습니다.
“달래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아버지는 아직 살아계실까?”
밤낮없는 고향생각에 찔레는 몸과 마음이
쇠약해 질 때로 약해져 있었습니다.
이를 지켜 본 주인은 “어허 우리 찔레가 고향생각을
하다가 말라 죽겠구나 이를 어찌할꼬?”
주인은 며칠 동안 고민을 하다가 찔레를 고향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심을 하였습니다.
“찔레야 그렇게도 고향이 그리우냐? 할 수 없구나
집에 보내주마. 그러니 어서 일어나서 기운을 차리거라!”
주인의 고마운 말에 찔레는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나리! 정말이십니까? 고맙습니다!
이 은혜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그 날부터 기운을 차린 찔레는 얼마 뒤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고향을 떠나온 지 10년만 이었습니다.
고향마을에 돌아온 찔레는 꿈에도 그리던 옛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달래야 내가왔다. 아버님 어디 계세요?”하며 부리나케 달려갔더니
대답이 없었고 세 사람이 오순도순 살던 오두막집은 간곳없고
그 자리엔 잡초만 우거져있었습니다.
마침 찔레의 목소리를 들은 옆집 할머니가
버선발로 달려 나왔습니다.“아이구 이게 누구야!
찔레 아니냐? 응”“할머니! 안녕하셨어요?
그런데 우리 달래랑 아버지는 어디 계시나요?
또 집은 어떻게 되었나요”
“에구 쯧쯧 불쌍하게도..”
할머니는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훔쳤습니다.
“할머니 무슨 일이예요? 얼른 말씀해 주세요”
“찔레 네가 오랑케 나라에 끌려가고 난 뒤,
너희 아버지는 감나무에 목을 메어 죽었단다.
그것을 본 달래는 정신없이 뛰쳐 나가더니
그 뒤로 소식이 없구나.”
찔레는 주저 앉아 울부짖었습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 날부터 찔레는 산과 들을 헤매다녔습니다.
“달래야, 달래야! 어디 있니? 제발 돌아오렴!”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습니다.
무심한 계절은 눈도 뿌렸습니다.
외로운 산길에 쓰러진 찔레위로 하얀 눈이 덮였습니다.
봄이 되자 찔레가 쓰러진 산길에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찔레 고운 마음은 눈처럼 새하얀 꽃이 되고
찔레의 서러운 운명은 빨간 열매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꽃을 “찔레”라 이름지었습니다.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