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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2030을 꼬옥 껴안아 주세요

by joolychoi 2012. 12. 25.

 

 

 

 
  
 [태평로] 2030을 꼬옥 껴안아 주세요 
 
 
모든 투표 연령층 더 나은 나라 꿈꿔…
2030 '공정·따뜻' 5060 '부강·튼튼'
의지 강한 어른들 아날로그적 승리…
젊은층 열망 뭔지 귀 기울여 들어야
 
박정훈 부국장 겸 사회부장
 

 

박정훈 부국장 겸 사회부장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 많은 젊은이가

트위터에 '멘붕'(심리 붕괴)이라는 글을 올렸다. 2030세대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그들 나름의 확신을 갖고 있었다.

2030이 생각한 해답은 삶이 힘들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스스로의 현실 체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래서 2030은

강력하게 결집했고, SNS(사회적네트워킹서비스)

공간을 무대로 활발한 투표 독려에 나섰다.

그런데 그 간절한 집단 의지가 좌절된 것이다.

 

이번 대선을 설명하는 가장 간명한 분석 틀은 세대 대결로 보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번처럼 극명하게 세대 간

투표전(戰)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 5060세대는 아들·딸들에게

전화를 돌려 육성(肉聲)으로 투표를 독려했다. 5060의 주력

무기는 아날로그 수단이었지만, 때로는 문자 메시지와

카카오톡까지 구사하면서 결속력을 높였다.

반면 2030은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SNS 루트를 통해 지지세를

확장했다. 부모님과 친지를 설득해 표심(票心)을 바꿨다는

'설득 인증 트윗'이 2030 사이에 유행하기도 했다.

 

2030의 SNS 선거운동은 화려했지만, 각개전투로 조용하게

세력을 확대해가는 5060을 당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5060의

재래식 화력이 2030의 디지털 무기를 압도한 셈이다. 5060의

투표 행태는 '전략적'이기까지 했다. 2030을 자극하지 않도록

오후 늦게 투표장에 나가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더 살기 좋은 나라를 꿈꾸는 것은 두 세대 모두 마찬가지였다.

다만 체험의 차이가 두 세대의 가치 체계 격차를 낳았다.

5060은 부강하고 튼튼한 나라를 꿈꿨다.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법치주의를 흔드는 세력에 분노했으며,

근시(近視) 포퓰리즘이 나라의 미래를 좀먹을까 두려워했다.

그런 분노가 5060을 투표장으로 몰아넣었다.

 

2030은 공정하고 따뜻한 나라를 꿈꾸었다. 약자(弱者)가 배려되고,

반칙과 특권이 사라지며, 파이(전체 몫)가 공정하게 나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들은 비싼 등록금 내고 열심히 스펙

(자격 조건)을 쌓아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부조리한

상황에 좌절하고 있었다. 팍팍한 현실 앞에서 2030의

변화 열망은 당연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5060이 중요시했던 것은 국가 안보였다.

서해 NLL(북방한계선)이나 제주 해군기지 이슈에 5060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종북(從北)의 위험성을 걱정했고,

애국(愛國)이라는 말의 준엄함을 믿었다. 나라 지킬

힘이 없으면 얼마나 허망하게 당하는지

5060은 체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2030은 안보 이슈를 덜 심각하게 생각했다.

북한이 위협적이라는 인식도 덜했다. 5060에겐 그런 2030이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보였다. 하지만 안보 위협을 체감하지

못하고 자란 2030으로선 이 또한 당연한 것일 수 있었다.

자녀들에게 제대로 현대사 교육을 하지 못한

5060의 잘못이기도 했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2030보다 더 강렬했던 5060의 선거 의지가

승리를 거두었다. 어떤 선거도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않는 것이 없다.

앞으로 5년간은 5060이 투표로 토해낸 일련의 가치들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2030 역시 선거의 승자(勝者)다. 이번 선거에서 젊은 세대는

우리 사회가 경청해야 할 간절한 변화 열망을 쏟아냈다. 우리는 이제

그들이 왜 그토록 처절하게 외쳤는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분노했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5060은 낙담해 있을 주변의 2030을 꼬옥

껴안아주기 바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시라.

"얼마나 힘드니?"

 

출처: 

 waple Life 현명한 사람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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