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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혜원(惠園)박영배 시인방(제2.3시집)

마누라라는 꽃/惠園 박영배

by joolychoi 2012. 3. 29.
마누라라는 꽃/惠園 박영배 자캉,내캉, 나이 스물에 전라도 해남 땅, 풋보리가 파릇파릇할 때 폴폴 날리는 싸리눈을 맞으며 혼례를 올렸지요 참으로, 참으로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사모관대를 차고, 족두리를 쓰고 소꼽놀이하는 것도 아니고 워 하는 짓이냐고 마을 사람들은 기도 안 차서 배꼽을 잡다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연애질이나 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저것들이 오래 살기나 하겠어 ? 하고 혀를 툭툭 찬 사람도 있었지요 처가댁에서는 "하나 있는 딸자식 잘못 키운 죄가 크다"면서 서둘러서 식을 올려주시고 장인 어른신은 돌아서서 몇날 며칠을 혼자 우셨다는데 세상에나 만상에가 우리는 그것도 모르고 "식" 올리는 날만 학수고대 기다렸으니(참으로 죄송할 따름)... 직업 군인이라 전 후방 객지로 돌면서 산전수전 고생보따리 이고, 안고 셋방살이 신물나게 하다 보니 집사람도 아이들도 총만 안 쏴봤지 반은 군인이었지요 그래도 아이들은 대학도 나와 주고 나도 무사히 직장을 마쳤는데 마누라는 그새 종합병원이 되고 말았네요 가난을 벗느라 발버둥치고 삶 앞에서 늘 고뇌하는 아내는 청춘의 꽃물이 바래어 버렸지만 그래도 내 눈 속에서는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한 아름의 꽃이랍니다 - 박영배제3시집<그라움은 별빛이다>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