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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모음

그리운 꽃편지 4 / 김용택

by joolychoi 2011. 4. 28.

 

 

 

 

 

 

 

  그리운 꽃편지 4 / 김용택  

 

 

 

 

 

 

봄이 왔습니다

 

 

찬바람이 몇 번 지나갔습니다

 

찬바람이 지날 때마다

 

겁먹은 풀들은

 

 

 

 

천지사방으로 몸을 흔들며

 

 

바람 속에 숨막혀 꽃잎을 떨구며

 

핏줄이 터지게 흔들리다가

 

 

바람이 지나간 후에

 

 

납작하게 누워

 

 

붉디붉은 하늘로

 

 

붉은 숨을 뿌리며 울었습니다

 

 

목이 터지게 울었습니다.

 

 

 

 

 

여름이 왔습니다

 

큰물이 몇 번 지나갔습니다

 

큰붉덩 지나갈 때마다

 

풀들은 흙탕물 속에서

 

 

 

뿌리와 꽃잎을 뜯기며

 

 

숨막혀 흔들리다가

 

 

물이 지나간 후에

 

납작하게 엎드려

 

풀들은 붉은 흙을 피처럼 토하며 울었습니다

 

 

목이 찢어져라 울었습니다.

 

 

 

 

 

가을이 왔습니다

 

큰물은 남쪽으로 흘렀고

 

 

큰바람은 쪽으로 불었으므로

 

 

풀들은 일어나

 

꽃을 또 피웠습니다

 

아이들이 꽃잎을 따다

 

가을 바람에 날리어

 

강물에 실어 보냈습니다

 

꽃잎들은 떠나가며 울었습니

 

 

물보다 깊이깊이 울었습니다.

 

 

 

 

 

 

겨울이 오고

 

꽃이 없는 풀들은

 

 

자기보다 더 길고 더 멀리

 

북쪽으로 머리를 두고 쓰러졌습니다

 

 

그 위에 하얀 눈이 내려

 

이 세상을 다 덮었습니다

 

 

그 흰 눈 위에

 

 

피 묻은 발자국들이 응달진 산 속으로

 

 

수없이 숨어들었습니다

 

 

봄이 오면 살아날

 

 

 

진달래, 진달래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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