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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밀레니엄 리포트… 그 첫 10년] 神의 영역은 없다,

by joolychoi 2010. 10. 29.

 

 

 

 

[뉴 밀레니엄 리포트… 그 첫 10년] 神의 영역은 없다, 다만 인간이 가지 않았을뿐

[뉴 밀레니엄 리포트… 그 첫 10년] [3] 인간, 神에게 도전장을 던지다
"인간 마음까지 읽는다" 자기공명장치 등 통해 뇌의 실체 속속 밝혀져
인공생명체·나노 기술 우주 생명체 탐색 등 '신의 영역' 점점 무너져

"마음은 인간 안에 숨어 있는 유령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행동심리학자 버러스 스키너는 생을 마감하기 직전인 1990년 남긴 글에서 "마음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20세기에 '사랑' '믿음' '소망' '절제' 같은 단어들은 종교의 울타리 안에 있었다. "사랑은 뇌의 작용인가, 심장의 작용인가" 따위의 '식탁 위 논쟁'이 가끔 일었을 뿐이다.

2010년 미
캘리포니아 공과대 신경과학연구실. 스티븐 쿼츠 교수는 단언한다. "나에게 당신의 뇌를 보여 달라. 당신의 마음을 읽어주겠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라는 막강한 도구가 뇌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읽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fM RI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몸의 마지막 미스터리였던 '뇌'의 실체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칼럼니스트 김주환 박사는 "눈에 보이는 영역의 과학 연구는 사실상 포화 상태다. 과학은 이제 뇌, 나노, 양자역학, 우주 등 인간이 건드릴 수 없었던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21세기에 일어난 중요한 변화'를 물은 20명의 자문위원 중 9.8%(3위)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던 신의 영역에 인류가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

그래픽=김현지 기자 gee@chosun.com

 소비자들의 취향 파악을 위해 설문조사에만 의존했던 기업들은 이제 뇌를 들여다본다. '좋다'는 느낌이 들 때, 뇌의 특정 부위에 피가 몰리는 현상을 측정하는 것이다. 자동차회사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대의 차를 보여주고 뇌 반응을 측정하는, '뇌 시장조사'를 실시했다. 영화 제작자를 위해 '영화 예고편 뇌 반응 시사회'를 열어주는 마케팅 회사도 생겼다. 미 PBS는 "사실 소비자들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뇌 과학의 발달로 이제 기업들은 사람들의 머리를 뚫고 들어가, 자신도 모르는 그 속살을 낱낱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뇌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식물인간이 뇌로 의사를 전달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지난 2월에는 영국과 벨기에 신경과학자들이 의식 없는 환자 23명에게 "만약 당신이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 테니스를 치는 장면을 상상하라"고 물은 결과, 이 중 4명의 뇌가 이 말에 반응해 가족들이 발칵 뒤집어졌다. 가디언은 "이 실험을 통해 인간은 '뇌 신호'를 통한 대화, 즉 초기 단계의 텔레파시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20세기에는 그 현상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던 '생명'을 과학자들은 이제 실험실에서 만들어낸다. 미 캘리포니아주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에선 지난 5월 화학물질로 유전자를 제작, 이 유전자를 주입해 만드는 '인공 생명체'가 탄생했다. 벤터 소장은 공해를 없애고 수질을 정화하는 등 인간에게 유익한 박테리아를 대량 생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올해 초엔
네덜란드 '시험관 고기 컨소시엄'이 '실험실 돼지고기'를 공개했다. 이들은 줄기세포 복제를 통해 작은 주사위만 한 돼지고기를 만들어냈다. 이 연구를 이끈 마크 포스트 박사는 "같은 방식으로 소·닭·양고기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혀 '인공 육류 시대'의 문을 열었다.

나노 기술은 21세기에 시작된 가장 큰 혁명 중 하나다. 나노 기술이란 나노m(10억 분의 1m) 수준으로 물질을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나노 기술을 통해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原子)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미 나노 기술을 통해 모래알보다 작은 나노 건전지가 개발(미 국방고등연구기획청)됐고, 인간의 몸 안에 주사하면 암세포를 찾아내도록 프로그램된 '나노 암 진단기'(아일랜드 틴달 국립연구소)도 나왔다. 지난 10월 미 연구팀이 공개한 '나노 태양광 패널'은 발전(發電) 효율을 1000% 향상시켰다.

미 민킨연구소 배리 민킨 박사는 "나노 기술의 발달은 곧 인간이 필요한 물질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낼 수 있음을 뜻한다"라며 "지구온난화·에너지·교통·보건·보안 등 인간이 가진 수많은 문제를 나노 기술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외계생명체 탐사도 21세기 인간의 '도발' 이다. 2007년 미 캘리포니아주(州) 산골 마을 햇크릭엔 외계생명체로부터 오는 전파를 탐지하기 위한 전파망원경 42개가 가동을 시작했다. 인류 최초의 외계생명체 탐사 전용 망원경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 3월 발사한 우주망원경 '케플러'의 목표는 하나다. "다른 생명체가 살 수 있을 만한,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아낸다." 케플러는 발사 1년 후 700개가 넘는 행성을 찾아냈고, 분석 결과 이 가운데 약 140개가 지구와 크기가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외계 행성 '글리제 581g'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확률은 100%"(캘리포니아대 천문학과 스티븐 보그트), "우주를 관측한 결과, 우주 탄생에는 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국 천문학자 스티븐 호킹), "우주는 3차원이 아니라 홀로그램과 비슷한 2차원으로 이뤄진 듯하다"(독일 중력파 검출기 'GEO600' 연구팀)…. 21세기, 과학자들은 눈으로 보이지 않고 머리로 이해하기 어려운 '신의 영역'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