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자유게시판

어느 할머니와 판사

by joolychoi 2009. 4. 13.

 

   

 

    어느 할머니와 판사

    - 자식들의 재산 싸움에 지친 할머니와 판사의 판결문-

      
      

그저 남편과 자식들의 얼굴만 바라보며 살아온 한 평생

열심히 일하는 남편의 사업이 번창하고

어여쁘고 발랄하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녀는 한없이 행복하였어라.

세월이 흘러 남편은 열심히 모은 재산과

함께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세상을 떠난다.

남편의 재산을 물려 받은 아내는 그저 큰 아들만 믿고 그에게

모든 권한을 주어 재산을 관리하게 하였다.

사랑하던 남편은 모든 것 다 버리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갔건만

자녀들과 사위, 며느리들은 지들끼리 재산을 두고 싸우면서

늙은 어머니를 경찰에, 검찰에, 법원에 증인으로 세우고,

심지어는 큰아들에게 재산 관리 권한을 주었다고

어머니를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왔다.

핏줄들간의 소송은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어느 판사가

그들 가족간의 분쟁을 시원하게 해결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이제는 80 이 훨씬 넘어 기력이 쇠진하고 병약 해진

 늙은 어머니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와서 서울의 법정에서

 직접 신문을 당하는 것을 양쪽 변호사를 설득하여

 다시는 이 노인네가 법정에 증인으로 서지 않도록 협조를 구하였다.

그런데 참 법이란 무엇일까?

늙은 어머니로 부터 재산 관리 권한을 받았던

큰아들에게 유리하게 되여 결국은 큰아들의 손을 들어주고

다른 자식들에게도 유산을 조금씩 골고루 분배 되도록

 판결을 한 판사이지 만 그도 판결문을 읽고 난 뒤

후기라는 명목으로 다음 글을 남겼다

 『 가슴이 먹먹하다. 

화해권고 결정에 대하여 이의가 신청되어 판결을 하게 이르게 되었다.

법정에서 자식들과 사위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피고 할머니의 가슴은 찢어지는 같아 보였다.

눈물도 보였고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였다.

많은 자식들과 손자들이 있으나 할아버지가 없는

할머니는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고 회사의 창업주이자 남편인 할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과연 이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런 사건으로 고통을 받을 아내를 두고서

혼자 먼저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은 예기치 않게 누구에게나 찾아 온다.

부디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데리러 올 때까지 남은 여생

할아버지와 함께 가졌던 젊었을 때의 꽃다운

아름다운 추억만 생각하시고 편히 사세요.

그리고 지금의 자녀들이 아니라 옛날의 착하고 어린 아기들 만

생각하시면서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기 바랍니다.』

할머니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고 가슴 아파한 이 판사가

이러한 내용의 글을 후기라는 이름으로 만방에 공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자식들은 우리가 죽으면 형제간에 이런 싸움은 하지 않을까?

죽기전에 자식들을 모아 놓고 있는 재산 골고루 논아 주십시요.

 

(글 : 최영호변호사)



Love until the End of Time/ Placido Domin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