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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혜원(惠園)박영배 시인방(제2.3시집)

또 하나의 나 / 詩 박영배

by joolychoi 2009. 3. 13.

 
 

 

 

      또 하나의 나/詩 박영배

       

      여름 머물다 떠나간 산자락

      숲 사이로 산비들기 떼 지어 날고

      낮게 엎드린 풀밭에 듬성듬성 쌓여가는 가을

      언제나 난 이곳에 혼자 였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허전한지 모르겠다

       

      바람 불고 잎이 지는 건 계절의 변화일 뿐인데

      물 흐르는 소리가 차게 들리고

      내 발걸음이 자꾸 무거워진다

      마루에 앉아 있어도 서 있어도

      마음은 늘 허전함에 서성이고

      어디선가 나를 불러줄 것 같은 기다림에

      가슴 설레며 귀 기울이고 싶다

       

      밤이 깊어도 풀벌레 소리가

      정겨운 반딧불 잔치가 열리고 나면

      내 슬픔을 꺼내서 훨훨 날려버리고

      내일은 환한 미소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을까

      뚜벅뚜벅 어둠이 걸어오는 소리

      저편에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그치면

      난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터덜터덜 산비탈을 내려가야 한다

      지금 내가 아닌 또 하나의 나로 변신하여....

       

       

      --박영배 시집<또 하나의 만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