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1916-1956)은 가장 한국적인 작가인 동시에 가장 현대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화가입니다.
이런 이중섭을 전 서울대 미대 학장을 지낸 김병종씨조차 처음엔 너무 과대평가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병종씨는 이후 이중섭을 순수하고 따뜻한 영혼의 소유자란 점에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어려움 속에서 겨우 작품 몇 점 팔아 생긴 돈을 거리에서 만난 불쌍한 사람에게 몽땅
줘버린 이야기, 새벽마다 무릎을 꿇고 숙소이던 여관 복도를 말끔하게 걸레질하고 안뜰 디딤돌에
놓인 손님들 고무신을 씻어 햇볕에 말려놓곤 했다는 이야기, 동네 개구쟁이들을 모아 일일이
수돗가에서 얼굴과 손을 씻겨주던 이야기, ‘남들은 저렇게 바쁘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그림
그린답시고 놀면서 공밥만 얻었다.’며 일절 음식을 먹지 않았던 이야기. 이중섭이 위대한
화가였음이 드러나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입니다.
이시기에 그는
'서귀포의 환상' '섶섬이 보이는 풍경'
'바닷가와 아이들' 등의 작품을 그렸고
그 해 12월 부산으로 옮겨간다
이무렵 그는 아내와 두아들을 일본으로 떠나 보낸다
홀로 남은 그가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다가
결국 1953년 밀항하면서 까지 찾아간 아내가
한나라의 위대한 화가가
그런 치욕적인 밀항을 하여서야 되겠느냐며
다시 돌아가길 권하자 다시 귀국한 후
편지를 통해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늘 전했다 한다
그런 그리움을 삭히지 못한 탓인지
최초로 개인전을 치를 때까지 삼 년여 세월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쇠약해진다
1955년 사촌들이 서울로 이중섭을 데리고 왔는데
자신의 머리를 박박 깎거나
엄지 손가락을 피가 나도록 문지르는 일을 되풀이 하는
격한 행동을 보였다
사람들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 없고
이유를 물으면
아내가 미워 죽이려 한다고 했다 한다
지인들이 문병을 오면 화가와 시인들을 욕하며
죽인다고 증오심을 드러내기도 하고
음식도 거부하며 거의 먹지도 않자
몸은 야위고 뼈만 남는 지경에 이른다
그는 현대 미술 작가전과 개인전 등을 개최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에 몰두하다가
55년에 정신 착란 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후
1956년 서대문 적십자 병원에서 정신 이상과 영양실조로
그토록 그리워하던
가족들과의 오손 도손한 삶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40세의 짧고 서글픈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가 추구하였던 작품의 소재는
소·닭·어린이〔童子〕·가족 등이 가장 많으며
불상·풍경 등도 몇 점 전하고 있다
소재상의 특징은 향토성을 강하게 띠는 요소와
동화적이며 자전적인 가족에 대한 정감의 요소이다
〈싸우는 소〉·〈흰소〉(이상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움직이는 흰소〉·〈소와 어린이
황소〉(이상 개인 소장)·〈투계〉(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등은
전자의 대표적인 작품이며
<닭과 가족〉〈사내와 아이들〉〈집떠나는 가족〉(이상 개인 소장)과
은지화(담배갑 속의 은지에다 송곳으로 눌러 그린 선각화)들은
이중섭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종이에 연필
41.3×25.8cm
1942년
개인소장
이중섭이 마사코와 매우 가까워진 시기에 그녀를 그린 그림이 <여인>이다. 오른쪽 젖가슴과 등을 보인 채 서 있는 여인의 뒷모습을 그린 이 그림은, 두 갈래 머리카락의 한 가닥을 오른쪽 팔에 걸치고 그 일부분을 손가락으로 쥐게 함으로써 화면에 생기를 부여했다. 또한 전체적으로 곡선이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상체는 벗고, 허리 부분에서 치마를 걸쳤는데 고갱의 타히티 시절 그림에 등장하는 멜라네시아 열도 문화권에서 입는 사롱과 흡사하여 그 영향을 짐작하게 한다. 마사코는 손과 발이 다소 큰 것이 특징이었다고 한다.
종이에 먹지로 그리고 수채
9×14cm
1941년 6월로 추정
긴 뿔을 가진 야수의 등 위에 올라탔다가 성난 야수들에 의해 떨어진 사람들 속에서 유유히 공중을 날아오르는 여성을 그린 것이다.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야수가 무는 데도 아랑곳 않고 그 등 위에 서 있는 아이 같은 존재가 있다.
야수 위에 있는 사람은 사랑의 싸움에서 결국 승리한 또는 승리하고자 꿈꾸는 이중섭 자신을 나타낸 것이라 여겨진다.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9×14cm
1941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바닷가
9×14cm
1941년 6월 14일
6월 14일에 그린 두번째 그림은 앞 그림과 이야기가 이어지듯 아이가 앞에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고 여자는 커다란 물고기를 옆구리에 끼고 바닷가를 걷고 있다.
세번째 그림은 제각기 한 마리씩의 물고기를 들고 공중을 떠다니듯 하는 세 여자를 그린 것으로, 그중 한 여자는 화면 아래에 달아나는 남자에게 물고기를 빼앗긴 듯 내려다보고 있다.
머리 모양으로 보아 화면 중앙의 여자가 마사코로 보인다.
종이에 수채와 잉크 누워있는 여자
9×14cm
1941년 6월 3일
6월 3일자 엽서 그림에는 옆으로 누워 있는 여인이 등장하는데, 선 긋기나 색채 구사가 더 능숙해 보인다.
주위의 잎과 나무에만 채색을 했고, 여인의 몸에는 전혀 채색을 하지 않았다.
종이에 먹지로 베껴 그리고 수채 야수를 탄 여자
9×14cm
1941년 6월 2일
이 그림은 기묘한 도상을 하고 있는데, 여자는 맨 안쪽 동물의 등에 탄 채 한 손으로 그 목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맨 바깥쪽 동물의 꼬리를 손목에 걸치고 있다.
서툰 선으로 그려진 이 그림은 기실 매우 교묘한 눈속임을 하고 있는데, 프랑스의 상징파 시인들의 논의대로 특이한 것에서 발생하는 미를 포착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이중섭..
살아서는 궁핍했으나 죽어서는 신화가 된 화가입니다. 가장 한국적인 화가라는 후대의 평가를 받고
있으며, <흰소> <달과 까마귀> 등의 작품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전쟁과 가난으로 가족들과 이별한 채 살아야 했지만 평생 그림에 대한 열정만큼은 놓지 않았습니다.
향년 41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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