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 요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부고가 많네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어찌 하늘의 큰 뜻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가까이 있는 분이 돌아가신다는 것은 큰 아픔이고 슬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가장이 돌아가시면, 남아있는 가족은... 어제 받은 부고 중에, 맨 밑에 미망인 아무개라는 게 있더군요. 미망인... 미망인(未亡人)은, 옛날 춘추전국시대때나 있었던 말로,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의,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를 이르는 말”입니다. 옛날에는 왕처럼 높은 사람이 죽으면 그 부인뿐만 아니라 시종들까지 모조리 저승길로 쳐 밀어넣던 못된 짓거리를 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기원전 중국에서나 있었던 이야기죠. 한때, 인도에서는 ‘사티(Sati)’라는 풍습이 있어, 남편이 죽으면 그 부인을 생화장했다고도 합니다. 당연히 지금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죠. 위와 같은 경우에나 쓰일 수 있는 말이, 미망인입니다. 남편을 따라 당연히(?) 죽어야 하는데, 죽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바로 ‘미망인’입니다. 그런 낱말을, 남편이 죽어 힘들어하는 부인에게 꼭 써야할까요?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혹시라도, 장례가 끝난 후, 망자의 부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돌리는 감사편지 끝에, ‘죄스럽다’는 뜻으로 어쩌면 쓸 수 있을지 모르고, ‘전몰군경미망인회’처럼 스스로를 가리킬 때는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남들이 망자의 부인에게는 절대로, 절대로 쓸 수 없는 말입니다. 남편이 죽은 사람에게 미망인이라고 하면, “네 남편은 벌써 죽었는데, 너는 아직 안 죽고 뭐하냐?”라는 뜻의 망발입니다. 절대로 써서는 안 될 말이죠. 그나저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큽니다. 늘 건강조심하세요. 보태기) ‘미망인’ 대신에, 남편의 생사에 관계없이 ‘부인’, ‘아내’로 부르는 쪽이 무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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