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보이는 청년이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말했다. "제가 요즘 정말 힘들거든요. 꼭 안아보고 싶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 청년과 포옹을 하는 순간 난 정말 행복했었다. 내가 남에게 웃음을 주고 희망을 줄 수 있다니 정말 행복했었다. 그리고 난 지나가는 사람마다 방긋이 웃으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창원시 중앙동 정우상가 앞에서
난 올해 27살의 백수다. 추석 때도 도서관에 쳐박혀 있는 불쌍한 백수다. 그렇게 내 자신을 구속하고 제한해 갔다. 매일 밤마다 꾸는 악몽은 내게 삶의 의지를 조금씩 빼앗아 가곤 한다. 10월21일 토요일 언제나 그랬듯이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었다. 휴식시간 인터넷에서 발견한 FREE HUGS. 오랜만에 가슴 설렌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내 자신을 한정짓지 말자. 백수라고 한정 짓지 말자. 난 27살의 멋진 청년이다. 그리고 꿈꾸어 보자. 나보다 더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떠나자.
먼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창원시 용호동 정우상가 앞으로 나갔다. 팬시점에 들러 1cm 우드락을 산 뒤 근처 학교 벤치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보다 힘들고 외로우신 분 안아드려요' 라는 글귀를 썼다. 나도 모를 자신감이 송글송글 맺어지면서. 단 한명이라도 좋으니 꼭 한 번 진심으로 안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라고 외치고 싶었다. 세상을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싶었다.
어설픈 글씨의 '안아드려요'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비웃지는 않을까. 정말 두려웠다. 하지만 언제나 두려움에 떨면서 살 수는 없었다. 내 마음속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사람들 속을 비집고 들어가 힘차게 손을 들었다. "안아드립니다."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서로서로 마음을 열고 싶습니다." "거짓없이 솔직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번쩍 들어올려라. FREE HUGS.
부끄러웠던 순간도 잠시. 사람들이 내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지만 분명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찼었다. 난 속으로 외쳤다. '그것만으도 충분하다' 사람들은 핸드폰 카메라를 들어 '어설프게 생긴 나'를 찍어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5분이 흘렀다. 팔이 조금 아파올 무렵 한 여고생이 내게 다가왔다. "진짜 안아주시는거에요?" "물론입니다. 반갑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포옹. 그 속에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 무엇은 무엇일까.
그다지 부끄럽지 않았다.
한 여고생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문을 열기 시작했다. 홍해의 바다가 쩍 갈라지듯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가 시작되기 시작했다. 어떤 연인들은 보란듯이 서로 꽉껴안기도 했다. 정말 좋았다. 그들에게 웃음을 줄 수가 있어서. 중학생, 고등학생, 할아버지, 노점상 아저씨, 푸근한 미소의 할머니 연령층도 다양했고 그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면서 선물을 해달라기에 꽉 안아주었다. 노래도 불러주고 싶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팔이 많이 아파올무렵 한 청년이 다가왔다.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요즘 정말 힘듭니다." 내가 그에게 해 줄 수있는 건 단지 하나. '사람과 사람의 포옹'. 진부한 조언따위는 그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일 하시는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많은 가르침이 된 순간이었다. 첫번째로 세상에는 나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것. 두번째는 사람이 있기때문에 함께 부대끼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
내게 큰 힘이 되어준 그대들
오늘 우연히 '안아드려요 운동'을 비판하는 글을 봤다. 그다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이벤트성이 강하다. 그러나 그런 비판은 단 한번도 도전해보지 않은 사람의 생각일 것이다. 내 가슴속의 충만감을 보여주고 싶다. 혹시 이 운동이 반짝하고 사라진다 하더라도 외치고 싶다. 정확히 30년 뒤 57살이 되어서 똑같은 장소에 서서 '안아드려요' 운동을 하겠노라고.
여러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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