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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감동을 주는 글

천원짜리 동동주

by joolychoi 2019. 12. 27.


 



 

 



 천원짜리 동동주



우리집은 관광지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점심 시간 무렵이었다.

등산복 차림의 아저씨 한 분이 들어오더니

 

어머니에게 쭈뼛쭈뼛 말을 건넸다.

 

"아주머니, 혹시 이 근처에 천 원짜리 동동주 파는 곳 없습니까?

목이 마른데 아무데도 동동주 천 원어치를 파는 곳이 없네요.

제가 돈이 별로 없어서요."

 

그러자 평소 마음이 넉넉하신 어머니는

"아, 그러면 이리 오세요" 하면서

큰 대접에 동동주를 가득 따라 주셨다

 

."아주머니, 저 돈이 딱 천 원밖에 없는데

이건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아, 목은 적셔야 할 것 아니에요."

아저씨가 미안해하자 어머니는 웃으며 괜찮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 아저씨가 잘 마셨다는 얘기를 하곤

지갑에서 돈을 꺼낼 때 우연히 보니,

분명 돈이 없다고 했는데 지갑 안에 지폐가

여러 장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아저씨는 그 속에서 천 원짜리

한 장만 달랑 꺼내어 어머니에게 건네주곤 가버렸다.

속으로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이십 분쯤 지났을 때였다.

어디선가 등산복 차림을 한 이십여 명의 아저씨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르르 가게 안으로 몰려 들어왔다.

 

"여기가 천 원짜리 동동주를 파는 집 맞습니까?"

"요즘처럼 각박한 때 정이 넘치는

아주머니가 있다고 하길래

오늘 이 집 매상 좀 올려 주려고 왔습니다."

 

얘기를 들어 보니 조금 전의 그 아저씨가

어머니 얘기를 해주며

손님들을 모두 우리집으로 데리고 온 거였다.

 

덕분에 그날 우리집은 모처럼 매상을 많이 올릴 수 있었다.

만약 그날 어머니가 그 아저씨의 지갑에

돈이 많은 것을 보고 화를 냈거나

돈을 더 받으려고 했다면 아마

그런 행운은 없었을 것이다.

 

--<유해경 님 / 전북 김제군 금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