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을 꼭 껴안은 아내
이달 6일부터 8일까지 서일본 지역에 쏟아진 폭우는 21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7일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히로시마(廣島)와
함께 큰 피해를 입은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
마비(眞備)정 근처에서 흐르던 1급 하천 다카하시(高梁)강의
지류인 오다(小田)천 제방이 붕괴된 것도 이날 낮이었다.
넘쳐흐르는 물은 인근 4600채의 집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물이 차오르고 있다. 구청에 전화가 안 된다.”
오후 1시 20분경 니시하라 아키코(西原明子·84) 씨는
자신의 집에서 약 25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둘째 아들(54)에게
황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둘째 아들의 안부
전화에 “괜찮아. 집에 물이 차오르는 일은 없을 거야”라고
말했던 아키코 씨였다. 어머니의 다급한 전화를 받은
둘째 아들은 관공서와 경찰 등에 구조를 요청했다.
흙탕물은 집 안으로 들어와 삽시간에 가재도구를 삼켰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아키코 씨는 몸이 불편한
남편니시하라 도시노부(西原俊信·86) 씨를 식탁 위로 올렸다.
남편을 살리기 위해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올린 것이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남편이 쓰러질까 봐
아내는 식탁 옆에서 남편을 두 손으로 감싸며 지탱했다.
“빨리 와서 우리 좀 살려줘.”
둘째 아들의 구조를 받지 못한 아키코 씨는 이번엔 더 먼 곳에
사는 장남(58)에게 전화를 걸어 소리쳤다. 오후 3시경 현장에
가고 싶었지만 이미 잠겨버린 마을에 들어갈 수 없었던
두 아들은 정신 나간 듯 구조 요청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부모님과의 마지막 통화가 됐다. 몸이 성치 않은 남편을
끌어안은 아내, 그런 아내의 품에 안겨 있는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