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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법정 스님의 글

가을 / 법정스님 (낭송 : 심병헌)

by joolychoi 2015. 11. 8.

 

 

 

 
 

 

 

 

 

가을 / 법정스님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 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이 들여다 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 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 해진다
깊은밤 등하에서 주소록을 펼쳐들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이 시대 이 공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연줄로 맺어져
서로가 믿고 기대면서 살아가는 인간임을

 

  

 


아름다운 커피 향기로운 피아노

 

Bridge Over Troubled The Water (Simon & Garfunkle) 외 17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