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개 내 (Gaenea)
감동을 주는 글

마지막 기회

by joolychoi 2014. 3. 30.

 

 

 

 

 

 

           

 

 

 

 
  마지막 기회
 
 
며칠 전부터
오빠에게 전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홀로 칠 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신 엄마.
그런 엄마와 싸우는 오빠에게 대들다가
나는 뺨을 맞아 오른쪽 청각을 잃었다.
결국 나는 오빠에게 등을 돌렸고
남편 따라 미국에 온 뒤로는 남이 됐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오빠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가 가는 동안에도 별 생각이 다 스쳤다.
 
이내 힘없는 오빠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황해서 오빠는 말을 잘 잇지 못했다.
어색한 대화가 오간 뒤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오빠가 말했다.
 
“지금까지 너한테 미안한 마음으로 살았다.
부디 용서해다오.” 순간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나도 잘한 것 없어요. 오빠... 목소리가 안 좋은데
건강 잘 챙기세요.” 나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허탈했다. 40여 년 만에 듣는 오빠의 사과가
내 마음의 상처를 다 치유할 수는 없었다.
 
전화한 것을 후회하는 한편
약해진 오빠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다.
 
며칠 뒤 올케언니의 전화를 받았다.
“고마워요. 고모한테 전화 받은 다음 날
오빠 편안하게 가셨어요.
위암으로 고생하셨거든요.
오빠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늘 고모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는데...”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 짧은 대화가 지상에서 오빠와
화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니,
 
내가 조금만 노력했더라면 얼마든지 한쪽 귀로도
오빠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을텐데...
 
후회로 가슴이 미어졌다.
이미 끊어진 수화기에 대고 나는 울며 말했다.
 
“오빠 정말 미안해. 나도 용서해 줘.”
 
--김원숙,<좋은 생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