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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 내 (Gaenea)
감동을 주는 글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우동 한 그릇"/구리 료헤이

by joolychoi 2013. 8. 6.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우동 한 그릇"
- 구리 료헤이 / 우동 한 그릇(一杯のかけそば)
 

 

"선생님께서 작문 시간에, 나는 장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라는 제목으로 작문을 쓰게 했는데 쥰은 '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서 냈대요

 

지금 그 작문을 읽어 드리려고 해요.

사실 전 처음에 '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만 듣고는,

여기 '북해정'에서의 일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쥰 녀석,

무슨 그런 부끄러운 얘기를 썼지?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쥰이의 작문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자,

지금부터 읽어드릴게요."

 

시로도는 그러면서 교복 상의 주머니에 접어서

넣어 두었던 종이 두 장을 꺼내어 펼쳤습니다.

쥰의 작문을 읽어 내려가는 시로도의 목소리는

작지만 낭랑하게 우동 가게에 울려 퍼졌습니다.

"우리 아빠는 운전을 하다 교통 사고를 내서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런데 피해자들 모두에게 보상을 해주기 위해선

보험금으로도 부족해서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그 때부터 우리 가족의 고생은 시작되었다.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셨고,

형은 날마다 조간과 석간 신문을 배달해서 돈을 벌었다.

아직 어린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고,

엄마와 형은 나에게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게 했다.

대신 나는 저녁이면 시장을 봐서 밥을 해놓는 일을 했다.

 

내가 해 놓은 밥을 엄마와 형이 맛있게

먹는 걸 볼 때 나는 행복하다.

나도 우리 식구를 위해 작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빚을 하루라도 빨리 갚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절약하는 생활을 했다.

엄마의 겨울 코트는 아주 오래 되어 낡고

해어졌지만 해마다 꿰매어 입으셔야 했다.

 

그러던 중에 재작년 12월 31일 밤에 우리 가족은

우연히 한 우동 가게를 지나치게 되었다.

안에서 흘러나오는 우동 국물의 냄새가

그렇게 맛있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우리 형제의 마음을 알았는지 엄마는

우리에게 우동을 사 주시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이 반갑고 고마웠지만 우리 형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뜻 가게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형과 나는 망설이다가 딱 한 그릇만 시켜서

셋이서 같이 먹자고 엄마한테 말했다.

한 그릇이라도 우리에게 우동을 먹이고 싶었던 엄마와,

우동 국물 냄새에 마음이 끌린

우리 형제는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문 닫을 시간에 들어와 우동 한 그릇밖에 시키지 않는

우리가 귀찮을 텐데도 주인 내외는 친절하고

반갑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주인 내외는 양도 많고 따뜻한 우동을 우리에게 내놓았다.

그러고 나서는 문을 나서는 우리에게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하며 큰소리로 말해 주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우리에게,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은 그 후 일 년이 지난 작년

섣달 그믐날에도 그 우동 가게를 찾아갔다.

여전히 우리는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우동은 한 그릇밖에 시킬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날도 마찬가지로 주인 내외는 친절하고

따뜻하게 우리에게 우동을 대접해 주었다.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인사도 여전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힘들어 보이는

손님에게 '힘내세요! 행복하세요!'

하는 말 대신 그 마음을 진심으로 담고 있는

' 고맙습니다!' 하고 말해줄 수 있는

일본 최고의 우동 가게 주인이 되겠다고."

주방안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주인내외의

모습이 어느새 보이지 않았습니다.

 

형이 동생의 작문을 읽어 내려가는 사이 두 사람은

그대로 주저앉아 한 장의 수건을 서로 잡아당기며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고 있었습니다.

시로도는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쥰이 사람들 앞에서 이 작문 읽기를 마치자

선생님이 저한테, 어머니를 대신해서 인사를 해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너는 어떻게 했니?"

어머니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형에게 물었습니다.

 

"갑자기 요청 받은 일이라서 처음에는

말이 안 나왔어요……

그렇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이렇게 말했어요.

여러분, 항상 쥰과 사이좋게 지내줘서 고맙습니다

 

작문에도 씌어 있지만 동생은 매일 저녁

우리 집의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방과 후 여러분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리고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도 도중에 돌아와야 하니까

동생은 여러분들한테 몹시 미안해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동생이 <우동 한 그릇>이라는

제목으로 작문을 읽기 시작했을 때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슴을 펴고 커다란 목소리로 읽고 있는

동생을 보는 사이에, 한 그릇의 우동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그 마음이 더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

한 그릇의 우동을 시켜주신 어머니의 용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형제는 앞으로도 힘을 합쳐 어머니를

보살펴 드릴 것입니다.

 

여러분, 앞으로도 쥰과 사이좋게 지내 주세요."

시로도의 말이 끝나자 어머니는 두 형제를

대견한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세 사람은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다정하게 서로 손을 잡기도 하고,

무슨 이야기인가 나누며 웃다가 서로의

어깨를 다독여 주기도 하고, 작년까지와는 아주

달라진 즐거운 그믐밤의 광경이었습니다.

 

올해에도, 우동을 맛있게 먹고 나서 우동 값을 내며

"잘 먹었습니다."라고 머리를 숙이며 나가는

세 사람에게 주인 내외는 일 년을 마무리하는

커다란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큰소리로 인사하며 배웅했습니다.

 

다시 일 년이 지나 섣달 그믐날이 되자

<북해정>의 주인 내외는 밤 9시가 지나고부터

<예약석>이란 팻말을 2번 식탁에 올려놓고

세 사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음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2번 식탁을 비워 놓고

기다렸지만 세 사람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시간이 갈수록 <북해정>은 장사가 잘 되어,

가게 내부 장식도 멋지게 꾸미고 식탁과 의자도

새로 바꿨지만 2번 식탁만은 그대로 남겨 두었습니다.

단정하고 깨끗하게 놓여져 있는 식탁들 가운데에서

단 하나 낡은 식탁이 중앙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어째서 이런 게 여기에 있지?"

"낡은 이 식탁은 이 가게에 어울리지 않아."

이렇게 의아스러워하는 손님들에게 주인 내외는

'우동 한 그릇'의 사연을 이야기해 준 뒤

이렇게 덧붙이는 걸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식탁을 보면서 그 때 그 사람들에게 받았던

감동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식탁은 간혹 손님들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을 잃어가는 우리 내외에게

자극제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날인가 그 세 사람의 손님이

와 주었을 때, 이 식탁으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 이야기는 '행복의 식탁'으로서,

손님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부러 멀리에서 찾아와 우동을 먹고 가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 그 식탁이 비기를 기다렸다가

우동을 먹고 가는 사람들도 있고,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이 찾아와 새롭게

결심을 다지고 돌아가기도 하는 등

그 식탁은 상당한 인기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후 몇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섣달 그믐날이 되자 <북해정>에는,

이웃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이웃 사람들이

가게문을 닫고 모두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5, 6년 전부터 <북해정>에 모여서

섣달 그믐의 풍습인 <해 넘기기 우동>을 먹은 후

제야의 종소리를 함께 들으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게 하나의 행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날 밤도 9시 반이 지나자 생선 가게를 하는 부부가

생선회를 접시에 가득 담아서 들고 오는 것을 시작으로,

주위에서 가게를 하는 30여 명이 술이나

안주를 손에 들고 차례차례 모여들었습니다.

 

가게 안은 순식간에 왁자지껄해졌습니다.

그들 중 몇 명의 사람들이 2번 식탁을 보며 말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2번 식탁은 비워 두었구먼!".

"이 삭탁의 주인공들이 정말 궁금하다고".

2번 식탁의 유래를 그들고 알고 있었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어쩌면 금년에도 빈 채로 ,

신년을 맞이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인 내외는 <섣달 그믐날 10시 예약석>은

비워 둔 채, 다른 식탁에만 사람들을 앉게 했습니다.

2번 식탁에도 앉으면 좀 더 여유가 있으련만

비좁게 다른 자리에, 모여 앉아 있으련만

비좁게 다른 자리에 모여 앉아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가게 안은 우동을 먹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각자 가져온 요리에 손을 뻗치는 사람,

주방 안에 들어가 음식 만드는 걸 돕고 있는 사람,

냉장고를 열어 뭔가를 꺼내고 있는 사람

등등으로 떠들썩했습니다.

이야기의 내용도 다양했습니다

.

바겐세일 이야기 금년 해수욕장에서 겪은 일,

돈 안내고 달아난 손님 이야기 며칠 전에 손자가

태어났다는 할머니의 이야기등으로 가게는 왁자지껄했습니다.

그런데 10시 30분쯤 되었을 때 문이 드르륵 하고 열렸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로 쏠리며 조용해졌습니다.

코트를 손에 든 신사복 차림의 청년 두 명이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과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자,

다시 자신들이 나누던 이야기를

마저 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게 안은 다시 시끄러워졌습니다.

"미안해서 어쩌죠? 이렇게 가게가 꽉 차서

더 손님을 받기가……".

주인 여자는 난처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기모노를 입은 부인이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나오며 두 청년 사이에 섰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고

부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저~ 우동~ 3인분입니다만…… 괜찮겠죠?".

그 말을 들은 주인 여자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변했습니다.

그 순간 10여 년의 세월을 순식간에 밀어젖히고

오래 전 그 날의 젊은 엄마와 어린 두 아들의 모습이

눈앞의 세 사람과 겹쳐졌습니다.

여주인은 주방 안에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있는 남편에게 방금 들어온 세 사람을 가리키면서 말을 더듬었습니다.

 

"저…… 저…… 여보!……".

반가움과 놀라움으로 허둥대는 여주인에게

청년 중 한 명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14년 전 섣달 그믐날 밤 셋이서

1인분의 우동을 주문했던 사람들입니다.

그 때의 한 그릇의 우동에 용기를 얻어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아갈 수 가 있었습니다.

 

그 후 우리는 이곳을 떠나 외가가 있는

시가현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저는 금년에 의사 국가 시험에 합격하여

대학병원의 소아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 병원에 인사도 하고 아버님 묘에도

들를 겸해서 왔습니다.

 

그리고 우동집 주인은 되지 않았습니다만

은행원이 된 동생과 상의해서 지금까지

저희 가족의 인생 중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섣달 그믐날 어머니를 모시고 셋이서 이곳

 

<북해정>을 다시 찾아와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고 있던 주인 내외의

눈에서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넘쳐흘렀습니다.

 

입구에서 가까운 거리의 식탁에 앉아 있던

야채 가게 주인이 처음부터 죽 지켜보고 있다가,

급한 마음에 우동가락을 꿀꺽 하고 삼키며

일어나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외쳤습니다.

"여봐요 주인 아주머니! 뭐하고 있어요?

 

.10여 년간 이 날을 위해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기다린,

섣달 그믐날 10시 예약석이잖아요, 어서 안내해요 안내를!"

야채 가게 주인의 말에 비로소 정신을 차린 여주인이

그제야 세 사람에게 가게 안의 2번 식탁을 가리켰습니다.

 

"잘 오셨어요.… 자, 어서요.……

여보! 2번 식탁에 우동 3인분이요!".

주방 안에서 얼굴을 눈물로 적시고 있던

주인 아저씨도 정신을 차리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네엣! 우동 3인분!"

그 광경을 지켜보며 가게 안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환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습니다.

가게 밖에는 조금 전까지 흩날리던 눈발도 그치고,

<북해정>이라고 쓰인 천 간판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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