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가 그림을 그려 보여주면
신부님은 그의 그림을 성당 벽에 붙여놓곤 했대요.
소박한 내부의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레오나르도가 5살 생일을 맞아 세례를 받은 곳으로
성수대 뚜껑 안쪽엔 이를 기념하기 위한
'15, APRIIL, 1452`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생년월일과 세례명이 새겨 있습니다.
성수대 앞에 서 있자니 550여년 전
세례를 받기 위해 할아버지 옆에 서서
총명한 눈을 반짝이고 있었을
준수한 소년의 모습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성당 옆, 마을의 중심지인 언덕의 가장 높은 곳에는
다 빈치의 노트에 기록되어 있던 수 많은 아이디어들이
설명과 모형으로 증명해 놓은 다 빈치 박물관과,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한 참고서적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되어 있다는 다 빈치 도서관이 있습니다.
레오나르도가 처음 고안한 자전거는 앞으로만 갈 수 있고
박물관 앞에는 그의 유명한
`비트루비우스적 인체 비례도` 조형물이 서 있고
(원본은 비공개로 베니스에 있어요.)
마을의 기념품 가게 또한
여행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념품 대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고안한 발명품들의 모형이나
그의 복사판 그림 등으로만 채워져 있어
어딜 가나 다 빈치를 느낄 수 있는 빈치 마을은
마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빈치 박물관 같았습니다.
해부학자, 건축가, 식물학자, 도시계획가, 의상·무대디자이너,
요리사, 사상가, 엔지니어, 발명가, 지리학자, 지질학자, 수학자,
군사과학자, 음악가, 화가, 철학자, 물리학자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뛰어났던 만능인,
" 그가 손을 들면 神이 손을 빌려 주었다. "는 말이 있을 만큼
다재다능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러나 그의 위대함은 그가 천재였다는 사실보다는
죽는 순간까지 지녔던 어린 아이와 같은 호기심,
자연을 치밀하게 관찰하고 탐구하여
새로운 세계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도전정신,
그러니 레오나르도가 유년시절을 보내는 동안
그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탐구정신을 키워 주고
어린 레오나르도의 실험실이 되어 준
작지만 평화롭고 전원적인 빈치 마을은
그의 이름과 함께 불려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여기까지 만이라면 전 한숨 푹~ 내쉬며
`하늘에서 낸 천재니까~~~ㅠㅠ`
천재의 이야기라고 치부하며 돌아섰을 거예요.
이번 기회에 그에 대해 놀라고 그를 더 존경하게 된 건
그런 천재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그의 작업 노트에,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게 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한다는 기록을 했을 만큼 겸손하고
천재임을 부인한 지독한 노력가였다는 점이었어요.
어떤 조건에서든 겸손과 감사는
언덕을 내려와
200년간 키안티 와인을 제조하고 있다는
빈치마을의 지역 와이너리인
소마빌라(Sommabilla)에 도착하니
올리브 나무로 병풍 둘러진 정원의 그늘에는
키안티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 친친~!"
이탈리아 키안티 와인의 역사에서부터
와인 잔을 잡는 방법, 와인을 마시는(느끼는) 방법 등등..
토스카나 지방의 특산물인 프로슈토(Prosciutto) 햄과
최상급 버진올리브유를 바른 Tomato Crostini를 곁들여
입맛에 맛는 와인을 고르기도 하고
시각 장애인이지만 아름답고 준수한 이 아랍계 청년을 보며
신비스러울 만큼 외모가 준수했다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빛 만큼이나 어둠을 사랑했고,
삶 역시 극명한 어둠과 빛 속을 통과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답니다.
눈 부신 토스카나의 햇살 아래 앉아
한 잔의 와인을 들고서 그윽하게 짓고 있는
앞 못 보는 청년의 저 지극히 평화로운 미소!!!
허락도 없이 그의 모습을 제 카메라에 담고 말았어요.
그는 그 순간, 누구보다도 환한 빛 속에서
빈치 마을 언덕을 걸어내려 오고 있는
어린 레오나르도를 만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