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의 생활로 대변되던 여유와 기다림은 시․공간의 초월로
대변되는 현대인의 문명의 이기인 휴대폰 하나로 처리됐다.
문명의 이기가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 오지에까지 들어와
과거와 현재를 공존시키고 있는 것이다. 불과 수십 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정말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하는 세상이다.
인걸은 간데없고 산천만 의구한 이 오지에 문명이 자리잡은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만감이 교차한다.
드문드문 있는 집은 전봇대가 일정 간격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전봇대로 연결된 이웃은 짧게는 몇 백m에서 길게는 1㎞ 남짓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봇대를 따라 계속 올라갔다.
마치 협곡 같아 보였던 마을 입구의 계곡은 어느덧 도랑 같이
작아져 사람과 같이 사는 모습으로 변해 있다.
‘영월의 정동 상류는 강원도의 유일한 피난처였다.
영월읍의 동편은 한강 상류가 남북으로 흐른다.
그런데 한강 동부의 만경대산 줄기가 동서로 뻗어 한강의
지류로서 북쪽의 함백천과 남쪽의 옥동천의 분수령이 된다.
남사고는 옥동천을 피난처로 한 듯하다.
특히 (남)한강과 옥동천이 합치는 부근은 <임원십육지>에서도
대야평이라 했으며, 경작지가 넓게 발달하여 있고 수목이
울창하여 주민들이 양봉을 한다’고 영월의 지명유래에 나온다.
바로 남한강과 옥동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가재골 마을입구가 있다.
남한강 건너 마을 입구 맞은편의 마을은 평야가 있어 논농사를
짓지만 가재골은 평지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으로 덮여 있다. 사면엔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추,
콩, 팥 등 각종 밭작물을 키우고 있다. 지금은 수확을 끝낸
뒤라 단지 그 흔적만 남기고 있다. 한여름 나무에 매달려 있던
감도 이젠 실에 꿰어져 담벼락에 걸려 있다. 영락없는 한겨울
시골의 모습이다. 떨어진 낙엽은 세월을 더욱 을씨년스럽게 했고,
다른 한편으로 세월을 재촉하는 듯했다. 그러나 세월은 오지를
지나치는 것 같다. 지나치는 세월 같지만 그 오지의
바람은 말 못할 정도로 매서웠다.
![영월 가재골 개념도.jpg 영월 가재골 개념도.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471/54471/10/20120201_111053_c890965851967f2735fd03920fb8b9cd.jpg)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승용차로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제천에서 나와 38번 국도를
이용하여 영월‧태백 방향으로 가면 된다.
이어 영월읍에서 88번 도로로 바꿔탄 뒤 남한강과 옥동천이
합수되는 부근에 있는 ‘나그네쉼터’에서 가재골로
방향을 틀어 외길로 올라가면 찾을 수 있다.
숙 박
가재골 마을 안에 유일하게 식당과 민박을 겸하고 있는 집이
‘구구세 민박’이다. 민박은 주로 단체 손님을 받는다.
주민들이 옛날 다니던 소로를 등산로로 만들어 민박객들이
등산을 할 수 있게 조성했다. 민박객들은 인근 마대산이나
태화산까지 등산할 수 있으며, 음식은 주로 토종닭을 이용한
메뉴가 주류를 이루며, 토끼도리탕과 시골순두부로
맛 볼 수 있다. 문의 033-372-9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