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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칼럼] 프랑스는 조선왕조 의궤 반환하라 (이근우·미술평론가 )

by joolychoi 2008. 12. 10.
[독자 칼럼] 프랑스는 조선왕조 의궤 반환하라
이근우·미술평론가

 

▲ 이근우·미술평론가
지난 11월 26일 열린 유네스코 산하 문화재 반환촉진 정부 간 위원회(ICPRCP)의 주요한 쟁점 중 하나는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강탈해 간 외규장각의 조선왕조 의궤(儀軌) 반환 문제였다. 의궤는 1978년 재불(在佛) 박병선 박사가 20여 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찾아낸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이다. 조선왕조의 모든 의식절차를 사관들의 유려한 글과 최고 화원들의 그림으로 마치 영상물을 보듯이 재현해 낸 책자로, 귀중한 사료인 동시에 뛰어난 예술적 가치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가 강탈해 간 의궤는 임금이 보는 어람용으로 기관용 의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잘 만들어진 유일본이다. 프랑스의 장교 주베르는 "강탈한 책을 펴 보는 순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1993년 프랑스는 일본, 미국 등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던 고속열차 수주를 위해 미테랑 대통령이 반환을 약속하며 강탈해갔던 297권의 의궤 중 한 권을 가져왔다. 그런데 수주권을 따내자 태도가 돌변하여 우리나라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의궤에 버금가는 문화재와의 교환 또는 영구 임대형식의 반환'이라는 억지 조건을 내세우며 반환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도 프랑스 국내법상 국유 재산이므로 돌려줄 수 없다는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프랑스는 나치 독일이 빼앗아 갔던 그림들의 무상 반환과 수용소에서 빼앗겼던 현금과 귀중품에 대한 엄청난 손해배상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그리고 모네 그림을 무상으로 되돌려 받으며 르몽드지에, '독일에 의해 강탈되었던 모네의 그림이 프랑스에 의해 반환되다'라고 대서특필했다. 의궤 반환 문제와 비교하면 참으로 이중적이고, 우리나라를 업신여기는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나폴레옹 민법전'과 자유, 평등, 박애의 '인권 선언'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나라, 에밀 졸라와 루소, 몽테스키외, 카뮈, 사르트르, 마네, 모네, 르누아르, 세잔, 밀레, 마티스의 나라 프랑스가 생각하는 인류공영의 박애정신과 예술적 양심은 무엇인가를 묻고 싶다. 양국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해서도 선조들의 원인 무효의 불법 강탈행위를 사죄하고 우리의 혼이 담긴 외규장각 도서인 의궤의 조건 없는 반환을 간절히 바란다.

덧붙여 의궤 반환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열기 백분의 일의 관심이라도 보인다면, 분명 프랑스의 태도는 변화를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 조선왕실의궤란? [조선닷컴]

 조선왕실의궤(儀軌)는 조선시대 국가의 주요행사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것이다. 조선왕실의 각종 행사와 의식, 행정처리 등을 기록해 놓아 조선시대의 기록문화를 보여주는 중요문화재로 꼽힌다. 규장각과 4대 사고((史庫, 오대산·태백산·정족산·적상산)에 보관돼 왔으나, 일제 강점기인 1922년 조선총독부의 기증으로 일본 궁내청으로 반출됐다. 국내에 있는 의궤류들은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 받아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