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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노인 삐침증 왜?…주변과의 소통 문제

by joolychoi 2008. 8. 13.

 

★노인 삐침증 왜?…주변과의 소통 문제★

전직 고위관료 출신인 A씨는 요즘 까칠해졌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현직에 있을 땐 적을 만들지 않는

무난한 성품으로 유명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존심을 내세우는 일이 잦아졌다.

각종 행사나 원로모임에 초빙돼 가면 자리배치와

자신이 소개 순서에 특히 신경을 쓰게 되고
자리가 좀 밀렸다 싶으면 표정 관리가 안 된다.

 가족들과 지인들은 "잔소리가 늘었다"고 푸념한다.



나이가 들면 너그러워질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오히려 성격이 날카로워지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본인은 남들이 예전처럼 자신을 대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음에 응어리를 품고 주변 사람들은
갑자기 변한 성격에 어리둥절해 한다.

노인학 대가로 꼽히는 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노인들이 잘삐치는 것은 성격이 변해서가
아니라 주변과 소통하면서 기대치가 서로 다른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이상 자신이 '현역'이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일 것
△특별한 대접이 없는 홀가분함을 즐길 것
△각종 모임이나 결혼식 또는 문상에 잘 찾아다닐 것
△돈 내는 것을 즐길 것
△노욕을 부리지 않을 것


등이 노년기 품위 유지를 위해 강조되는 덕목들이다.

[노원명 기자]

 

나이들어서도 어디서든 환영 받으려면

나이들면 잘 삐치고 외로움 커지는데

#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김 모씨는 얼마 전

시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저녁메뉴를 결정하면서 아이들에게만 의견을 묻고

본인에는 묻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초등학교 교장 출신으로 무척 온후한 편이었던

시아버지의 느닷없는 호통에 김씨는 크게 놀랐다.

# 현직 대기업 회장인 박 모씨는 회사 안에서는

제왕으로 군림하지만 밖에서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며칠 전에도 저녁 자리에 동석했던

7명 중 3명이 식사를 마치자 마자 자리를 떴다.

앉았다 하면 30분간 한 주제를 강의하듯이 떠들고

다른 사람이 말을 꺼낼라 치면 가로채기
일쑤라는게 참석자들이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느낌이다.

◆ 잘 삐치고 따돌림 당하는 노인들

사람들은 늙으면 편안해지기를 기대한다.

경제적으로는 풍족하고 정신적으로는
너그러운 상태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 노년의 모습이다.
그러나 '늙으면 아이가 된다'는 옛말에서

보듯 나이가 사람을 온후ㆍ관대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출세와 성공에 가슴 조이던

 젊은 시절의 욕망은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노인은 젊은 시절보다  오히려 더 잘 '삐친다'. 왜 그럴까.



박재간 전 한국노인문제연구소장(85)은

"사람이 늙으면 온통 고까운 것 천지다.
자기가 키웠다고 생각하는 제자, 후배,

부하들이 더 이상 존경심을

표하지 않고 마지막 의지 대상인
자녀들은 대화도 잘하려 들지 않는 데서 오는

 고까움"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자신은 본인의 전성기에 세상이 인정해준 것과

똑같은 대접을 바라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노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커다란

기대치의 간극이 발생하게 된다.
당연히 한때 잘나갔던 노인일수록 이런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내가 어떤 사람인데…

''이 녀석들이 사람을 뭘로 보고…'

자존과 권위의식이 강한 노인들의
심리 밑바닥에는 이 같은 분노가 들끓고 있다.

 본인 스스로 따돌림을 자초하는 측면도 있다.
주변 분위기를 파악해 조화를 이루기보다는

경험을 앞세워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니
환영받기 쉽지 않다.
자신을 대하는 주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세상과 소통을 피하게 되고

 이는 외로움을 낳는다.
노인의 삐침은 외로움의 또 다른 표현이다.



삐침을 어떻게 피할가?


=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본인과 주변 모두 적극적인

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선 본인은 더 이상 자신이 '현역'이 아니라는

현실을 받아들여한다. 특별한 대접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홀가분함이야말로 노년기의

특권이자 즐거움이라는 것을 빨리 깨달을수록 좋다.
반면 주변 사람들은 노인을 늙고 힘 빠진

돌봄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동료처럼
대등한 상대로 대하는 배려가 요구된다.

소외당하지 않는 노년생활을 보내려면

이외에도 몇 가지 개인적 노력이 필요하다.

박 전 소장이 경계하는 노인기 최대의

악덕 중 하나는 잔소리다.

"젊은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자꾸 해봐야

관계만 멀어진다.

 

 말수를 줄이고 남의 말을
경청하라"는 조언이다.

청결도 중요하다

박 전 소장은 "젊을 때는 하루 한 번만 이를 닦아도

자체 정화 능력이 있어 냄새가 안 나지만

늙으면 하루 세 번을 닦아도 냄새가 난다.


옷차림도 더 신경 써야 한다

허리가 굽고 피부가 주글주글한 노인이

 행색마저 초라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홍미령 한국노인복지재단 회장은

"노인으로 대우받기를 포기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베풀고살아가는 노력을 하면

더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노원명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