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olychoi
2021. 2. 15. 13:33
알라스카/글 籠巖 최낙인 
질곡 속에 살아온 덧없는 세월
어느새 닥쳐온 늙음에 대한 보상인가?
아들놈의 거듭된 성화에 못 이긴 척
7박8일간의 설원 알라스카 관광
가족동반 함상 여행길에 올랐다
거함은 백파를 가르며
수평선 저 너머 망망대해를 지나기도 하고
용트림 같은 해협을 오르내리기도 하며
몽롱해져가는 내 영혼마저 빼앗고 있었다
시야에 다가온 하늘도 산도 바다도
높고 낮음도 경계도 없는 동심원의 한 축일 뿐
모두가 다 같이 나란히 한 일직선상에 있었다
나는 허상으로 살아온 허물을 벗어나고파
함상 전망대에 올라 일출과 일몰의 장관을 바라보며
투영되는 실상의 내 참 모습을 찾아보려하였다
거대한 자연은 위대한 교훈
나는 경이의 대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진 마음으로
휘고 뒤틀린 내 모습들을 하나하나 떨쳐내며
시원의 세계를 향해 북으로 북으로 나아갔다
수많은 세월 설국의 빙하가 빚어낸
그 신묘한 해협을 기슬러 오르고 올라
드디어 북단의 거대한 빙산과 마주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아픔이고 슬픔이었다
갈퀴고 할퀸 상흔으로 얼룩진 빙벽들은
낡은 고성처럼 흐물흐물 흘러내리고 있었다
빛나는 남청색 쏘아내며 곧고 우람하리란
그 황홀한 환상들은 여기저기 무너져 내리는
그 처연한 모습들에 맥이 풀리고 가슴이 저몄다
연신 짙푸른 물길로 곤두박질치며 쏟아내는 굉음은
잃어가는 생명에 대한 한 서린 마지막 절규였다
그것은 인간의 잔머리들이 굴러낸 온난화란
우둔한 자연 피괴요 지구파멸의 악령이었다
새 한 마리 태우고 지향 없이 흘러가는
저 토막 빙하의 운명은 어디 메로 흘러
어떨게 사라질 것이며 지켜보는 나의 운명
또한 저 새의 운명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지향없이 떠가는 토막 빙하에 가슴 아렸지만
해안선 따라 내려가는 뱃길은 피안의 절경이었다
곰이 어슬렁거리고 고래가 춤추며 연어가 올랐다
그러나 그 속에 또 비운의 역사가 도사리고 있었다
주도 주노에서 시트카와 케치칸을 거쳐 오면서
눈물짓고 있는 인디언들의 토템을 볼 수 있었음이었다
그들은 러시아의 총칼에 무자비한 살육을 당했지만
키 큰 장승 앞에 숙연히 기도하는 평화의 수호자였고
나는 그런 모습 지켜보는 한 미물에 지나지 않을 뿐
알라스카는 지구의 생명을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였다
쉼 없이 받아주며 스스로 치유하고 복구하며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보존하려 몸부림치는
저 거대한 알라스카의 그 소리 없는 아우성은
우리들의 거룩한 교훈이었고
우리들의 영원한 본향이었다
--최낙인 제2시집
<"하늘꽃"제3부 探香의 旅路>중에서--


 Traum Serenade - Edward Sim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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